주기적 변화에 대한 관찰

자연 현상이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고대인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였다. 언제 무엇을 사냥해야 할지, 언제 어디에서 잠을 잘지, 언제 강물이 불어날지 등 생존에 직결되는 다양한 자연 현상을 예견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시간의 규칙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최초의 달력? 우연의 산물?

미국의 고고학자 알렉산더 마샥은 중앙아프리카나 프랑스의 구석기 동굴에서 출토된 몇몇 뼛조각에 새겨진 부호를 초기적인 태음력이라고 해석했다. 뼛조각에는 언뜻 보기에는 무작위적일 수 있는 홈들이 파여 있었는데, 이 패턴이 약 2달간 관측한 달의 변화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부호들은 14일에서 15일 간격으로 크게 방향을 전환다. 또, 부호의 모양도 달의 위상변화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물론 수렵생활을 하는 혈거인에게 날짜를 계산할 필요성이 희박하다는 주장 등 마샥의 가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대인의 천체관측과 달력 하면 빠지지 않는 세기의 미스터리로 스톤헨지를 들 수 있다. 5000년 이상 존재해 왔다고 여겨지는 이 거석 구조물은 놀랍게도 태양과 달의 운행에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고대의 분명한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이러한 유적들이 초기의 달력 역할을 했을 것이라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

달력의 시초, 태음력

초기의 달력은 달의 운행을 보고 만든 태음력이었다. 이는 달의 운행이 비교적 규칙성을 찾기 쉽고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구석기 시대에 달의 운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과 전해지는 기록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태음력은 달의 운행에 맞춰 제작한 달력으로, 이를 이용하면 조수의 시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때문에 어업활동을 하는 해양에 인접한 문화권에서 사용하던 달력이다. 이 외에도 여성의 생리 주기가 달의 위상 변화 주기와 비슷하다는 점 등에서 태음력은 고대인들에게 제법 유용했다. 이슬람력은 현재까지도 태음력을 사용하고 있다. 다소 복잡한 계산을 통해 이슬람력은 2500년에 하루 정도 오차가 나도록 조정되었다.

계절을 맞추려 태양을 관찰해

농경사회에 진입하면서 달력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성공적인 농사를 위해서는 계절적인 변화를 잘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달력이 있다면 적절한 시기에 파종하고 수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태음력만으로는 제대로 된 계절적 변화를 예측할 수 없었는데, 이는 계절적 변화가 태양의 운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태음태양력이다.
달의 운행 주기는 약 29.5일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12개월을 계산하면 1년은 354일밖에 안 된다. 하지만 실제 태양의 운행 주기에 따른 1년은 약 365.25일이므로 태음력은 실제 계절과 비교하면 매년 11일 정도가 차이가 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월을 도입해 최대한 계절에 맞게 달력을 조정하는데 이를 치윤법이라 한다. 메톤은 19년당 7번의 윤월을 삽입하는 것으로 치윤법을 공식화했는데, 흥미롭게도 세계 각지에서 태음태양력을 사용하면서 이용한 최종적인 치윤 주기가 평균적으로 19년당 7번의 윤월을 삽입하는 메톤의 치윤주기와 같은것이다. 치윤 주기가 인간의 수명보다 길면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는 점을 고려할 때 100년 이하의 치윤주기로 가장 오차가 작은 치윤주기가 19년당 7번인 것은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해의 운동만을 고려한 태양력

순수한 태양력도 제작되었는데, 최초로 태양력을 도입한 문명은 이집트다. 이집트력은 행정용으로 1년이 365일인 상용력을 사용했다. 치윤법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30일을 한 달로 두고 노동자를 관리했다. 실제 계절과 차이가 컸지만,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서 기존의 방법을 고수했다. 그 이후 나온 태양력이 로마의 율리우스력이다. 1년을 365일로 두되 4년마다 1일의 윤날을 두었다. 16세기에 이르러 실제와 율리우스력의 편차가 커지자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달력의 개혁을 단행했다. 현재 그레고리우스력은 거의 전 세계가 채택하고 있는 달력이며, 51세기가 되어야 하루의 오차가 날 정도로 정밀하다. 앞으로도 달력의 오차를 더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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