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인류와 함께해온 영원한 시간의 재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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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인류와 함께해온 영원한 시간의 재단사
  • 정진훈 기자
  • 승인 2012.01.17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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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가 밝았다. 일각에서는 마야력에 근거하여 올해 12월에 세계가 멸망한다고 주장한다. 어째서 올해가 세상이 멸망하는 해라고 하는 걸까? 달력에는 달력을 만든 사회나 문명의 문화와 세계관, 역사가 녹아든다. 달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달력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달력에 담긴 문화와 세계관을 수용한다. 세계의 다양한 달력에는 어떤 이야기가 녹아있을까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시간에 대한 인식

달력은 순환적인 시간관념 속에서 등장한 발명품이다. 달력은 시간에 따른 규칙적인 자연현상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가을이 오면 곧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찾아온다. 매일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진다. 달이 차고 기우는가 하면, 나무는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열매를 맺는 걸 반복한다. 고대인들에게는 오랜 세월 경험에 의해 이런 자연의 패턴이 시간 개념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을 것이다.

계절과 환경이 달력에 영향 미쳐

바빌로니아력은 계절이 ‘경작철’과 ‘수확철’ 단 두 개로 나뉘었다. 이는 메소포타미아 근방의 기후 변화가 별로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계절은 태음력을 따라 6삭망월씩이었다. 이집트력은 나일 강의 범람 주기에 따라 계절을 세 개로 구분했다. 나일 강이 범람하는 계절을 아케트(akhet), 범람 후에 비옥해진 땅에 경작하는 계절을 페레트(peret), 수확 후에 다시 땅이 메마르는 계절을 쇼무(shomu)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 계절은 시리우스와 태양 간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었다. 환경이 달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달력의 역사를 보면 세계 역사의 흐름이 보인다

달력은 세계 역사의 흐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도의 달력은 기원전 6세기부터 메소포타미아와의 교류를 통해 큰 영향을 받아왔다. 황도 12궁과 일주일을 7일 주기로 하는 것은 바빌로니아력의 영향 때문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전쟁을 겪는 과정에서도 그리스의 역법이 주변국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는데, 이집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건립되면서 비로소 천문학이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로마제국의 몰락 이후부터는 서양의 천문학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지고 역법도 퇴보하기 시작한다. 이 빈자리를 대신한 것은 이슬람학자들이었다. 이슬람학자들은 서양의 역법과 천문학을 보전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방법으로 발달시켜 나갔다. 동양에서는 중국이 달력 발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인접국가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세계관이 투영된 달력

과거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이에 대한 답 역시 달력이 쥐고 있다. 중국은 음양오행 사상에 의해 세상을 이해해왔다. 이 사상은 그대로 달력에 적용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10천간 12지지를 조합해 만든 60간지를 날짜와 연도에 이름으로 붙였다. 점술집에서는 사주와 날짜에 따라 길흉을 점치기도 한다. 이러한 이름과 조합법에는 음양오행과 동양적 철학사상이 내재해 있다.
마야력에도 독특한 세계관이 내재해 있는데, 이는 2012년 세계 종말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마야력은 달력을 두 가지 방법으로 세는데, 하나는 톱니바퀴 역법으로 일반적인 달력의 날짜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다. 톱니바퀴 역법은 20일, 13일, 365일 주기의 조합으로 날짜에 이름을 붙이며, 대략 52년 주기를 가진다. 나머지 하나는 긴 주기 역법인데, 긴 주기 역법은 독특하게도 지나간 날짜를 세는 역법이다. 기원전 3114년 9월 8일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흘러간 날짜를 세는데, ‘킴’, ‘우이날’, ‘툰’, ‘카툰’, ‘박툰’을 단위로 한다. 마야인들은 13박툰이 되면 하나의 ‘대 주기’가 완성되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재창조될 것이라고 믿었다. 1박툰은 144,000일이므로 계산해보면 13박툰이 다 차는 날짜는 2012년 12월 21일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를 두고 2012년 12월 21일에 세상이 멸망한다고 말했는데, 세계 종말설은 이 때문에 퍼지게 되었다.

하나의 종교에 하나의 달력

고대로부터 많은 달력은 종교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왔다. 이는 고대 사회의 특징과도 깊게 관련되어 있는데, 당시 달력을 만드는 일은 천문을 읽는 일이었고, 천문을 읽는다는 것은 하늘의 뜻, 즉 신의 뜻을 읽는다는 것과 동일시되었기 때문이다. 종교가 발달하면서 종교의 교리에 따라 역법에도 차이가 생겨났으며, 각종 기념일 등을 일정하게 정하기 위해서 역법은 정교하게 발전해 나갔다. 종교의 흥망성쇠에 따라 달력의 운명도 결정된다. 이슬람교의 전파에 따라  바빌로니아력은 7세기경에 이슬람력으로 대체되었다. 마야와 아스텍 등은 스페인에 의해 정복당하면서 문화적인 탄압을 받아 많은 사료를 잃는 바람에, 마야력과 아스텍력을 해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편, 기록에 따르면 20세기에 들어설 무렵에 인도에는 20여 종의 달력이 보고되었으며 1953년 즈음에는 30종 이상의 달력이 보고되었다. 이는 이슬람교,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등, 인도가 가진 종교적 다양성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정치와 문화가 결정하는 달력의 영향력

정치력과 문화적 영향력도 달력의 흥망을 결정한다. 이집트에서는 로마 합병 후 율리우스력과 연도를 맞추기 위해 강제로 역법 개혁이 단행되었다. 인도는 영국에 식민지화되면서 동인도회사와 대영제국에 의해 그레고리력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독립한 후 사카력을 편찬해 독립성을 추구했다. 동양에서는 중국에서 제작한 달력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접국가에서 연구해 발전시켜왔다. 현대에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그레고리력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서구 문명의 영향력에 의해 전 세계의 역법이 통일된 것이다.

물론 이제는 그레고리력이 서구적 문명과 기독교만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또한, 국가별로, 혹은 민족별로, 종교별로 역법을 보존해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하는 노력이 존재한다. 이는 달력이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단방향적 역사가 아닌, 쌍방향적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간을 살아가며 역사를 남기는 한, 달력은 인류와 함께 자신의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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