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캠퍼스에 찬바람이 불던 4월 이후, 혁신위서 회복을 논의하던 늦봄이나, 혁신위 의결사항 즉시 시행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던 여름이나, 교수협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갈등이 시작된 가을이나, 학생사회는 그저 관중이었다.

혁신위 구성에서는 동등하게조차 대접받지 못했고, 즉시 시행을 요구하는 총학과 일부 학우들의 일인시위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교수협의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낼 때, 서남표 총장에 사퇴를 요구하는가를 묻는 총학의 ‘설문조사’는 묻혀버렸다. 그렇게, 학우는 완벽한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학교의 ‘의회’라는 대학평의회에도 학우의 작은 지분조차 허락되지 않았으며, 교수만으로 구성된 상태의 대학평의회조차도 의결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오랜 자중지란 속에, 이 관중 자리를 자처했다는 자조의 목소리만 간간이 나올 뿐이다.

혁신위의 회복 논의는 어디를 향한 것이었나. ‘즉시 시행’ 논란에서 즉시시행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나. 교수협이 총장 사퇴를 요구한 곳은 어디였는가. 그렇다. 법인 KAIST의 주인은 이사회다. 마치 주식회사의 주인이 각 주주고,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대내외 결정권을 획득하듯이, 이사회가 우리 학교의 주인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주인의‘명’을 따라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학생사회가, 이제 와서 왜 학교의 주인 자리를 잃었는지를 갑론을박하는 것은 역사적 분석 외에는 의미가 없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아닌 이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사회의 주인 자리는, 한국과학기술원법으로 공고히 다져져 있다. 일단 한국과학기술원법을 개정해, 조금이나마 여러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의결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 첫걸음이 학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과학기술원평의원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내용을 담고 있는 안민석 의원의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총학에서는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하고자 전체 학생 총 투표를 치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도 자신이 없다. 지난 학부 비상학생총회 당시 한 학생의 발언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총장님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

자신감을 가지자.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고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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