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보는 여의도의 ‘두 시선’ ② 안민석 민주당 의원

지난 봄 ‘카이스트 사태’가 몰고 왔던 국가적 파장만큼, 여러 국회의원들도 개혁의 경과와 후속 대책에 큰 관심을 가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을 만나 학교의 향배에 대한 견해와 함께 교육, 과학 현안에 대해 물었다.

▲ 안민석 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이 KAIST 개혁, 이사회 개편 등과 관련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있다 /한연승 기자

KAIST 진단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사진 대폭 개편을 골자로 하는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학교의 변화를 촉구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초기에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에 박수를 보내고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개혁이, 학생들을 혹독한 경쟁으로 몰고 가는 개혁일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과의 소통조차 원활하지 못했다. 이 두 가지의 문제점이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로 이어졌다는 판단이 들면서, KAIST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살한 학생 개인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다. 한 대도시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연간 1천 명이라면, 더 이상 개인의 나약함으로 접근할 수만은 없게 된다. 그 도시의 환경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구조적 모순의 핵심은 무한경쟁이고, 이러한 교육이 초래한 단적인 사태이다.

혁신위 의결과 관련, 학교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나
징벌적 수업료 폐지와 영어강의 완화 등은 부수적인 문제다. 이번 기회에 KAIST의 방향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그리고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KAIST 학사과정은 이 둘을 재학 중에 겸비해 이후 수십 년 걸어갈 과학도의 길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본다.
대학생이면 동아리도 하고, 연애도 하고, 배우고 싶은 취미활동도 두루 섭렵하면서 보내는 것이 옳다. 학점으로 줄세우고 공부만 하게 한다면 편협하고 문제만 잘 푸는 인재가 배출되는 것인데, 이러한 환경에서 세계적인 과학자를 얻기는 어렵지 않은가.

교협에서 이사회 구성의 대폭 개편을 요구하는 투표를 진행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는데
일반적으로 대학에는 대학평의회가 있어서, 대학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이 여기에 참여한다. 평의회를 통해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고 이사가 추천되는 구조는 KAIST가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 것이다.
서 총장을 비롯한 수뇌부에서도 본인이 민주적인 운영을 바란다고 하면 그러한 방향으로의 개선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를 반대한다고 하면 비민주적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싶다는, 제2 제3의 ‘카이스트 사태’가 터져도 계속 개인 탓으로 치부하겠다는 비교육적 발상이라고 본다.

‘이사회 개편법’의 교과위,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여당 입장에서는 경쟁 위주 교육을 선호하므로, KAIST 학생들도 더 경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그 쪽에서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개편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인데, 법안 심의를 해 봐야 알 것 같다.
(교수와 학생의 이익 집단으로 이사회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것은 기존 체제를 고수하기 위한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라는 좋은 기능은 제쳐두고 부작용만 부각시키는데, 이는 기존의 체제에 안주하려는 의도 아니겠나.

‘이장금’ 환수법,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아닌가
이공계 학생들이 주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빠지는데, 이 ‘의전원’이 점차 축소되고 있어, 시행령을 신중히 제정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반납할 돈이 없는 학생을 구속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는 일정 부분 타당한 지적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피해가 있겠다. 역시 시행령이 섬세히 짜여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과학은 홀대해놓고 미래 과학자들에게 일방적 헌신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다. 과학은 결국 사람과 미래에 대한 투자다. 국정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야가 이 부분에 생각이 같다.

‘반값 등록금’, 해결 전략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기존 예산편성 구조에서는 반값 등록금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런데 4대 강 사업을 보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대통령의 의중으로 추진하니까 수십조 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반값 등록금은 국민 다수가 요구하고 있는 여당의 공약이다. 대통령 말씀 한 마디면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방법을 만든다.
하지만, 오히려 대통령은 천천히 여유 있게 신중하게 하라는, 실질적으로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다. 추진이 동력을 잃었다.
우리네 부모의 문제,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지서상의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 대학재정 결손에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신, 대학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등록금 인하가 가장 절박하다. 기성세대가 대학생들의 절규에 답해야 한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 (재선) = 노던콜로라도주립대 교육학 박사. 교과위 간사를 맡고 있다. 지난 4월 KAIST 진단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으며, 5월에는 평의원회 추천이 절반을 넘도록 하는 이사회 개편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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