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와 과학기술 함께 발전해야... 전문연 제도의 실효성 입증 필요

전문연구요원 제도 혁신 논의 위해 한데 모인 4개 과학기술원
학술문화관(E9) 정근모콘퍼런스홀에서 진행된 전문연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김소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홍보실 제공)

지난 5월 31일, 우리 학교 학술문화관(E9) 정근모콘퍼런스홀에서 전문연구요원 제도 혁신을 위한 4개 과기원 토론회(이하 전문연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전문연 토론회에서는 규모 축소 압박을 받는 전문연구요원(이하 전문연) 제도의 혁신을 꾀하고, 전문연에 대한 외부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관한 발제 및 질의응답이 오갔다. 토론회가 진행된 후, 3달의 시간 동안 전문연 제도를 향한 인식과 여론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박혜수 기자)

논란의 중심, 전문연구요원

전문연 제도는 1973년에 도입되었으며 현역 입영 대상자 혹은 보충역에 해당하는 남성이 학문과 연구 분야에서 종사하며 대체복무 하는 제도이다. 우리 학교에서 전문연 제도는 대다수 이공계열 박사 과정에 재학하면서, 박사과정 2년 차부터 3년간 수학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지난 2016년, 국방부는 병력 확충을 이유로 들며 전문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23년까지 폐지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거세 철회했다. 작년에는 아시안게임 병역기피 논란과 예술체육요원 부실 복무 등의 이슈와 함께 병역 특혜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그와 동시에 전문연 제도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뜨거운 논의 또한 이뤄졌다.

 


4대 과기원 참여한 토론회 개최돼

전문연 제도와 관련된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5월 31일 진행된 전문연 토론회는 우리 학교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총 4개 과학기술원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이광형 교학부총장은 “기술과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 한 부처에서 방침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토론회의 시작을 알렸다.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김소영 교수는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아, <특혜와 특례 사이: 전문연 제도의 시대적 정당성과 유효성>에 대해 얘기했다. 김 교수는 국방부의 논리를 총 세 가지로 나누며 설명했다. 첫 번째는 병역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2005년 <국방개혁 2020>에서 기술집약형으로 군 구조를 전환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며 “인구 구조 변화를 감안해서도 병력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전문연을 포함한 보충역 복무자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인 것에 반해, 전체적인 병역 자원 추이는 이와 연관이 없었음을 보이며 보충역 자원의 변화와 병역 자원의 추이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두 번째는 전문연 제도가 ILO(국제노동기구) 규약의 강제노동금지 항목을 위반하기 때문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이다. 국방부는 “국제노동기구는 징집 자원을 군사적 성격이 아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강제 근로로 정의하고 있고, 대체복무제도가 이에 해당한다”며 대체복무제도의 폐지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강제노동에 해당된다는 부처, 되지 않는다는 부처 간의 갈등이 있다”며 “대체복무는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대체복무를 강제노동으로 보는 시각과 대치된다. 세 번째는 전문연 제도가 일반 대학의 자연대와 과학기술원 사이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문연 제도의 전신인 특례보충역은 단순히 병역 자원이 남아서 도입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가 차원의 투자이자 최고급 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으로 특례를 부여한 것”이라며 “비수도권에 소재하는 과학기술원들은 각 지역의 발전 구심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교육기관이자 정부 출연의 특정 목적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과학기술원의 역할과 그에 따른 차이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연을 특례로 보는 시선과, 특혜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먼저 전문연이 특례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들기 위해 제도의 유효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방 안보와 과학기술, 인재정책이 모두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문연 제도의 불확실성에 따라 과학기술원 진학률이 감소하고, 대학원 진학률 또한 감소하고 있는 자료를 들며 전문연 제도의 실효성을 보였다. 또한, 해외로의 두뇌 유출을 방지하는 데 전문연 제도가 도움을 준다는 점을 담은 자료를 통해 전문연 제도가 우수한 인력이 국내에 머물고, 과학기술원으로 유입되게 한다는 것을 보였다.

2016년, 국방부 관계자가 “개인 학업을 병역 이행으로 인정하는 특혜 시비가 있었다는 것도 폐지를 검토하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폐지 찬성 측 중 28%가 병역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도 있다. 김 교수는 전문연을 제도가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의견,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의견,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경쟁력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전문연이 특혜라는 시선을 만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전문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와 일반 대학교와 차별되는 과학기술원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재정립해야 한다”며, “학내 전문연 선발 및 배정 방식과 복무 관리를 개선하는 것도 핵심 과제이다”라며 주제 발표를 마쳤다.

 

민군 협력 연구의 중요성 피력

GIST 안보과학기술센터 이기훈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 교수는 “기초연구라는 것이 현재 투자한다고 해서 당장 효과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 하면서도 “하지만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기술과 전략에서 약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기초연구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일 수 있지만 가장 안전한 베팅 방법은 똑똑한 인재 선발, 재정적 지원, 그리고 자유 보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이 안보 영역, 혹은 비안보 영역에만 편중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포괄 안보’를 언급하며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전통적 안보, 비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는 비전통적 안보를 모두 고려하는 과학기술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하며 “대학의 국방 R&D 연구비 비율이 미국은 전체 연구비의 50%에 육박하지만 한국은 2.4%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기초연구에서 민군 상호협력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우수 인재가 법조계, 의료계, 대기업으로만 편중되는 현상과, 안보 개념의 이해가 아직 전통적 안보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앞으로 우수 과학기술인력 확보에 국가 안보가 달려 있음을 주장했다.

 

인재 유출 막고 지역 균형 발전 도와

전문연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정재 인재정책센터장은 “과학기술정책을 하는 입장에서 전문연이라는 제도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대한 인프라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 봐야 할 것 같다”며 “전문연이 국가에게 인재의 육성과 활용 차원에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혁신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인재정책센터장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며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생산 동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인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인재정책센터장은 “박사 전문연만 봤을 때, 전문연 제도가 없어도 박사 과정을 할건지 물어보면 안 한다는 학생이 대부분일 것이다”라며 “전문연 제도가 없다면 인재 유출 면에서 단기적으로는 큰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DGIST 이창훈 입학처장은 DGIST 내의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대학원, 학부 학생 총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69%가 국내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연 제도가 폐지되면 36%는 해외 대학원 진학, 30%는 취업, 20%는 국내 대학원 진학을 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입학처장은 설문조사 내용을 토대로 전문연 제도가 진로 설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인재의 유인책이 되어주고 있으며, 경력 단절을 막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UNIST 박명곤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과학기술원의 설립 목적은 국가의 첨단과학기술 혁신과 지역산업의 기술 지식 발전을 주도할 고급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것 이라고 설명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박 UNIST 원총회장은 “2016년 전문연 단계적 폐지 논란 이후로 졸업생 대학원 진학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지방에 존재하는 과학기술원들은 지역적 한계에 의한 인재 유치의 어려움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공계 연구실도 사실상 소기업과 같은데, 강력한 유인책이 있어야 울산까지 오지 않겠나”고 말하며 “대책 없는 전문연 폐지는 비상식적이다. 과기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자유 토론 시간에 한 학우는 “곧 전문연 대상자가 될 것인데, TO가 부족하면 어떻게 선발할 예정인지 알고 싶다”라며 “선발 방식이 편입 직전에 정해지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데, 앞으로 진로 설정에 있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 DGIST 입학처장은 “급하게 진행하면 제대로 제도를 강화하기 힘들 것 같으며, 꾸준한 논의 후 결정이 이뤄져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조심스럽지만, 정부에서 이에 대해 전문연 제도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못 박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는 필요하지만 현재는 대치하는 중이라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모두가 함께 긴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보니 답답함을 감수하더라도 이 불확실성을 한동안 견뎌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인력 수급의 핵심, 전문연

토론회 이후 석 달 동안 전문연 제도 관련 논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김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난 1월, 뉴스타파에서 전문연 제도를 공격하는 보도(관련 기사 본지 457호, <전문연 지적한 보도, 합리적 비판이었나>)를 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뉴스타파 보도는 전문연 제도 부실 운영을 크게 부각시켰는데, 다소 느슨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전문연 폐지까지 논의가 진행될 정도인지는 의문이 든다”며 “우리 학교에서 전문연으로 복무 중인 대학원생의 평균 연구실 근무 시간은 10시간이 넘으며, 전문연 복무자가 소속된 연구실의 성과가 타 연구실보다 우수하다는 결과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가 갑을관계를 악용한 사례 등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교수의 ‘갑질’은 전문연을 포함해 여러 상황에서 벌어진다. 학교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갑질 근절 대책이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전문연 복무 중에 벌어지는 갑질은 병역 제도를 악용한다는 점에서 처벌 수준이 훨씬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전문연 제도 존폐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업부설 연구소 분포 현황을 보면,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통신장비 분야에 20%, 전기장지 20%, 화학제품, 물질 10%로 일본 부품 소재 규제로 직격탄을 맞는 핵심 분야에 석사 전문연의 50%가 종사 중이다”며 “금속가공이나 정밀기계처럼 간접적 영향을 받는 분야까지 추산하면 전체 전문연의 세 명 중 두 명이 일본 수출 규제 조치 관련 분야에 종사 중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기술진흥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20대 석박사 연구원 중 전문연은 74.4%를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본 무역전쟁의 핵심은 반도체, 소재부품 장비 등 주요 기술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것인데, 전문연 제도를 폐지하면 대학, 연구소, 기업으로 이어지는 이공계 인력 수급 및 활용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전문연이 특혜가 아니라 특례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 전문연도 특혜라는 인식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하며 “말뿐만이 아니라 연구라는 행동을 통해서도 전문연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전문연 제도는 우리 학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학교의 제도적 정체성에 직결되는 제도이다”라며 “학내 구성원 모두 전문연 논란을 통해 우리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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