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는 주관적이며, 세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없다. 어떤 행위의 당위를 묻는다면, 보편의 답은 없다. 세계는 숭고하지 않으며, 인간은 존엄하지 않다. 다만 주관성이 허물어지지 않는다면, 행위의 개인적 목적, 이유는 존재한다. 세계를 숭고하게 보는 시선, 인간을 존엄하게 보는 시선, 모든 시선이 가능하다. 한편, 세계에는 수많은 행위가 있다. 호흡, 이동, 수면, 섭취, 대화, 경쟁, 교육 등 끝없이 나열되지만, 어떤 행위도 객관적인 가치를 향유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행위 앞에 어떤 주술적인 힘의 작용은 없었다. 허무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객관 일반의 가치를 찾는 노력이 허무할 뿐이다. 물론 객관적 가치를 찾는 행위의 주관적 가치마저 부정될 수는 없다.
오피니언
김선규 문화부장
2018.11.14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