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진단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유전자 분석 기술의 새 장 열다

생명화학공학과 박현규 교수팀이 산화환원반응을 하는 메틸렌블루의 전기신호를 이용해 기존의 실시간(Real-Time) 연쇄중합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 이하 PCR)보다 더 간편하고 저렴한 전기화학적 실시간 PCR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분석화학 분야 학술지인 <아날리스트> 4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DNA를 증폭하려면 PCR 사용해야

미국 드라마를 보면 범죄 현장에 남아있는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채취한 매우 적은 양의 DNA만으로는 정확한 신원 정보를 알 수 없다.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대량의 DNA가 필요한데, 이때 소량의 DNA를 대량으로 복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DNA 증폭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DNA 증폭 방법으로 PCR이 있다.

PCR은 크게 3단계를 거치며, 사이클을 거듭할 때마다 DNA양이 2배로 증가한다. 이는 현재 DNA에 관련된 거의 모든 실험에 사용되는 방법이며, 유전 질환이나 바이러스, 세균 등의 감염성 질병의 진단에도 사용된다.


고가의 장비와 시약이 필요한 기존 PCR

PCR을 수행할 때, 충분한 양의 DNA가 중합되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쓰이는 기술이 실시간 PCR이다. 실시간 PCR은 매시간 DNA양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로, 형광 물질이 발하는 빛의 세기를 이용해 중합반응의 정도를 측정한다. 따라서 실시간 PCR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광학기기와 형광 물질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광학기기와 형광 물질은 매우 고가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몇 군데 없다. 2009년에 등장한 신종 인플루엔자를 진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가 실시간 PCR 방법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나 연구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렴하고 간편한 유전자 분석 가능해져

박 교수팀은 메틸렌블루에 전압을 걸어주면 산화환원반응이 일어난다는 점과 메틸렌블루가 DNA와 결합하는 특징을 가졌다는 점에 착안해 전기화학적 실시간 PCR을 개발했다. PCR을 수행하는 용액에 메틸렌블루를 첨가한 뒤 전압을 걸어주면 산화환원반응이 일어난다. 산화환원반응이 일어나려면 전극에 메틸렌블루가 접촉해야 하는데, 메틸렌블루가 DNA와 결합하면 확산계수가 작아진다. 메틸렌블루의 질량에 DNA의 질량이 더해져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틸렌블루가 전극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전기적 신호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 전기적 신호의 감소를 통해 DNA양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전기화학적 실시간 PCR은 광학 장치가 아닌 전기 회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에 비해 소형화가 쉽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박 교수팀은 전극이 인쇄된 작은 칩을 제작해 성병 유발 병원균인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Chla-mydia Trachomatis) 유전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전기화학적 방법이 기존의 방법에 비해 정확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 전극이 인쇄된 전기화학적 실시간 PCR 칩

개선해야 할 점도 있어

전기화학적 실시간 PCR 장치를 실용화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많다. 기존의 장치는 한 번에 많은 PCR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전기화학적 방법으로는 한 번에 하나의 PCR만이 가능하다. 또한, 카메라로 색을 측정하는 기존의 장치에 비해 전기화학적 방법은 메틸렌블루의 산화환원반응을 측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온도변화가 큰 PCR 수행 중에 용액의 성질이 변하지 않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연구가 더 필요하다.

연구를 주도한 원병연 학우(생명화학공학과 박사후과정)는 “PCR을 수행하지 않고 DNA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겠지만, PCR을 수행해야만 한다면 전기화학적 방법이 더 저렴하고 간편하다”라면서도 “상용화하려면 아직은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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