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파나 광파의 경로를 제어하는 초소형 광학소자 개발 가능해져

기계공학전공 민범기 교수팀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높은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고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2월 17일 자에 게재되었다.


높은 굴절률 이용하면 더 좋은 광학 기기를 만들 수 있어

굴절률이란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에 비해 빛이 어떤 물질 속에서 진행할 때 속도가 줄어드는 비율을 말한다. 빛은 굴절률이 서로 다른 물질을 통과할 때 두 물질의 경계면에서 휘게 되는데 이때 굴절이 일어난다.

굴절률은 물질 내부에서 전파되는 빛의 유효 파장에 영향을 미친다. 빛이 어떤 물질에 입사할 때 매질 내부에서 유효 파장의 값은 굴절률에 반비례해서 줄어들게 된다. 민 교수팀은 메타물질을 이용해 높은 굴절률의 물질을 찾는 연구를 해왔다.


광학 분야를 선도하는 메타물질

메타물질(Meta-material)이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가지는 인공 물질로 메타물질은 기존의 원자를 구성하는 구조를 모방해 만든 가상의 원자 역할을 하는 단위 구조의 배열로 이루어졌다. 메타물질의 기본 구조의 단위 길이는 광학소자에 이용되는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길이이므로 메타물질로 들어오는 전자기파나 빛은 메타물질을 균질한(Homogeneous) 물질로 감지하게 된다.

이러한 메타물질은 전자기파나 광파에 대한 물질의 물리적 성질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광학 투명망토 기술 개발이나 음의 굴절률 구현 등이 메타물질의 주된 연구 분야였으나, 이번 민 교수팀의 연구로 고 굴절률 메타물질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개척되었다.


높은 굴절률 가지는 메타물질 개발해

자연계에 없는 물리적 성질을 가진 메타물질을 이용하면 더 높은 성능을 가지는 새로운 광학소자를 만들 수 있다. 아무리 연구원들이 상상력을 발휘해도 주어진 물질만으로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기에 기존에 존재하는 물질로 광학소자들을 만들게 되면 그 성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메타 물질을 이용하면 기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소자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민 교수팀은 금과 알루미늄을 이용해 ‘I’자 모양의 기본 단위 구조를 가지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38.6에 달하는 높은 굴절률을 가졌으며, 이는 인공적으로 제작된 물질로서는 가장 높은 굴절률 값을 가진다.

 

▲ I자 형태의 나노 구조와 얇은 판 형태의 메타물질

 
‘I’자 모양의 구조로 유전율 높이고, 판의 두께 줄여 투자율을 1에 근사해

굴절률(n)은 유전율(ε)과 투자율(μ) 곱의 제곱근으로 표현할 수 있다. 굴절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전율을 높이거나, 투자율을 높이면 된다. 하지만 투자율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단위원자의 제작에 사용되는 금속에서의 외부전자기파에 대한 반자성 효과 때문에 투자율의 감소가 일반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에 민 교수팀은 투자율 값을 1에 가깝게 설정하고 유전율 값을 올리는 방법으로 굴절률을 높였다.

유전율 식은 ε=1+P/ε0E로 표현되는데, P는 쌍극자 모멘트의 부피 밀도, ε0는 진공에서의 유전율, E는 전기장을 뜻한다. 유전율 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P 값을 높여줘야 하는데, P 값은 쌍극자 모멘트 값이 클수록 커진다. 민 교수팀은 쌍극자 모멘트 값을 높이는 최적의 기본 구조가 ‘I’자 모양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I’자 모양의 기본 구조로 가지는 메타물질을 제작했다.

투자율은 μ=1+M/H로 표현되는데, 이때 M은 자기쌍극자 모멘트의 부피밀도로 나타나는 자화, H는 자기장을 뜻한다. 반자성 효과로 나타나는 자화를 0에 가깝게 두면 투자율 값은 1에 가까워진다. 민 교수팀은 메타물질의 금속 구조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자화가 더 큰 음의 값을 갖기 때문에, 금속판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자화를 0에 가깝게 두어 투자율 값이 1에 근사하도록 했다.

이렇게 민 교수팀은 ‘I’자 모양의 기본 구조와 판의 두께를 줄여 굴절률 값을 높였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높은 굴절률의 메타물질

이번에 개발된 고 굴절률의 메타물질을 이용하면 고집적 광전회로, 초음파 영상기술, 반도체 공정, 대용량 저장소자, 국방기술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공간상에서 굴절률의 변화를 이용해 빛의 진행 방향을 조절하는 광학 은폐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어 투명망토 제작 기술 개발에도 한 층 가까워졌다.

민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높은 해상도를 지닌 이미지 시스템 개발이나, 전자기파의 경로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초소형 광학소자를 개발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 광학 은폐 기술에 필요한 굴절률은 공간의 변형정도에 비례한다. 기존의 광학 은폐 기술은 낮은 굴절률로 만들어야 해서 넓은 공간이 필요했는데(좌), 높은 굴절률을 가진 물질을 이용하면 높은 굴절률로 공간의 변형을 많이 일으킬 수 있어 좁은 공간으로도 빛의 진행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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