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를 위해
상태바
엘리트를 위해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1.04.12 0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범순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우리 학교 학생 중 수재라는 칭찬을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을 도맡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적어도 반에서 1등 정도는 많은 사람이 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학교는 아무나 들어오기 어려운 수재들의 대학, 엘리트 집단이다.

이 수재들이 대학에 오기까지, 그리고 대학에 와서 경험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공과목이 펼쳐주는 깊고 넓은 학문의 세계에 경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법이라 생각한다. 누가 가르쳐주든 혼자 터득하든, 배움의 즐거움을 위해서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건, 수재들은 힘들어도 참고 이겨나가는 자기절제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문제는 자기절제의 목적이 획일적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학교 시절엔 과학고등학교 등에 가는 것이, 고등학교 시절엔 우리 학교와 같은 엘리트 대학에 입학하는 것 자체가 목표로 주어진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좋은 학점을 받고 화려한 스펙을 쌓아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학생이 많다. 그렇다면 그다음엔?

눈앞에 보이는 진로가 인생목표가 될 때에는 주위의 친구나 동료가 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아닌 사람으로 나뉘어 보일 수 있고, 어쩌다 생긴 흥미도 도움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으로 구분하기 쉽다. 또한, 학과, 대학, 사회를 포함한 세상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 자체도 시간 낭비로 보일 수 있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은데, 역설적으로 본인을 둘러싼 주변과 사회에서는 소외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지만, 좋은 성적이 주는 기쁨을 우리는 안다. 그것은 자기희생에 대한 대가이며 외부로부터 받는 인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성적 이외의 어디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공부 이외에 어디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가? 나는 대학에서만큼은 여러 가치를 추구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회를 움직이는 정신적 가치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며, 부조리한 세상을 바꿀 꿈을 꿀 때, 자기가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더 명확한 목적의식이 세워질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새로운 길도 열릴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청춘을 즐기지 못하고 심적 고통을 느끼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들에 우리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한다. 대학에서는 단순히 문제를 잘 푸는 기술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찾고 고민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할 것이다. 세상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자기 인생에 대해 극단적인 판단은 내리지 않을 것이다. 모두다 1등을 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주어진 학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1등에게는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과 자극을 주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열정을 갖고 참신한 가치를 추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세상을 바꿀 힘은 바로 거기에서 나올 수 있다.

진정한 엘리트는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우리 학교는 이런 정신을, 삶에 대한 열정과 목적의식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