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우리는 또 한 명의 학우를 떠나보냈다. 구성원 모두가 깊은 슬픔에 빠졌고, 우리 학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도 늘었다. 연이은 자살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러한 의미에서 차등 수업료 부과 제도의 폐지는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등록금 제도를 고친다고 우리 학교가 처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네 명의 학우를 떠나보내며 서남표 총장의 개혁에 대해 학내뿐만 언론, 교육계,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우리 학교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이공계 연구 기관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학교의 정책이 과연 타당한지는 학내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학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는 제도라면,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우리는 대학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립하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서 총장의 부임 이후 우리 학교가 외형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교수들의 연구 업적도 늘어났고, 대학평가 순위와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도 향상되었다. 그러나 우리 학교가 더 나은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경쟁을 통해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정작 학문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학점을 따는 과정에서 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경쟁에 이기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문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고,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대학에서는 바로 이런 학문의 즐거움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학교는 더 나은 학점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등록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는 학문에 대한 잘못된 가치를 심어준 것이 사실이다. 공부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공부 그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없다. 또한, 구성원 대다수가 공부가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것이고, 몇몇 제도는 개정되거나 폐지될 것이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가슴에 남은 상처가 치유될 것 같지는 않다. 우리 학교가 학문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행복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배움의 길에 나서는 순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울러 서로 구분 짓고, 경쟁하는 문화가 아닌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는 문화로 대학 문화 전반을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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