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마무리 짓는 기사를 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왔다. 오늘 보니 햇볕이 제법 따스해져 캠퍼스엔 벚꽃이 만발했다. 하지만, 그것을 만끽하기엔 너무 슬픈 봄을 맞았다. 이번 봄은 지난해만큼이나 다사다난했다.

올해만 1면에 부고기사가 세 개 실렸다. 특히, 이번 신문 작업 중에는 두 명의 부고기사가 실린다고 슬퍼하던 와중 세 명이 되더니 마감 직전 다섯 명이 되었다. 캠퍼스에서 외부 방송국과 신문사 기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먼저 연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너 잘 지내? 너희 학교 너무 무서워’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 학우들이 살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ARA 접속자가 역대 최다수를 기록하지 않았을까 싶다. 캠퍼스에 대자보가 붙고, 시위가 벌어졌다. 총학이 주도한 것도 아닌 자그마치 ‘학우 개개인’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공돌이들의 열기가 곧 식을까 두렵다. 분명히 아직도 주변엔 봄의 따스함을 느끼기엔 너무 추운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녹일 수 있는 것은 밖에 쏟아지고 있는 봄 햇살이 아니다. 조금만 더 돌아보자. 더 귀 기울이자. 누구를 탓하기 전에 먼저 나에게 당부하고 싶다. 내일은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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