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의견도 식단에 반영되었으면"

올해로 2년째, 외국인 식당 모니터링 위원회장을 맡은 학우가 있다. 바로 몽골에서 온 맨디 학우이다. 한국에 온 지 2년 8개월 째라는 그녀는 현재 우리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공부만 하기도 바쁠 텐데 우리 학교의 외국인 학우들, 식당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매끼 식당에서 식단과 영양, 위생을 점검한다. 이렇게 점검된 내용을 매주 모니터링 위원회에서 종합하고, 한 학기가 끝날 때에 식당 관리자들을 만나 결과를 전달해 식당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돕는다. 바쁜 일상 속,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외국인 식당 모니터링 위원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년 전, 박은배 급식 감독관 선생님을 교회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힘든 점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박 선생님께서 급식 감독관으로 일하셔서 우리 학교의 식당 메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어요. 주변의 외국인 학우들도 학교 식당에 불만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학우와 식당 사이에 더욱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외국인 식당 모니터링 위원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사실 외국인 식당 모니터링은 현재 비공식적인 조직으로, 5명 정도의 학우가 활동하고 있어요. 각각 동측, 서측, 북측 식당을 나누어 맡아 식당의 메뉴와 위생 등을 모니터링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그 결과를 정리하고 있어요. 한 학기에 한 번은 각 식당 관리자들을 만나 모니터링 결과를 드리고, 저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어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요.

 

5명이면 너무 적지 않나요

사실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학우도 각각 베트남, 칠레, 인도네시아, 몽골, 튀니지 출신이라서 중국이나 파키스탄에서 온 대다수의 외국인 학우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어요.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일반 학우들이 저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위원회를 구성하는 학우 수도 늘리고 출신 국가별로 식당 모니터링 대표자를 선출할 예정이에요. 또한, 대학원 총학생회와 의견을 나누며 홍보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고요.

 

식당 모니터링의 평가 항목은

외국인 식당 모니터링 위원회에서는 크게 세 분야를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먼저, 매 식사 시간에 각 식당의 메뉴와 질, 재료를 평가해요. 둘째로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서비스와 태도, 마지막으로 환경과 청결에 관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어요. 학기 말에 식당 관리자를 만날 때에는 평가 결과와 덧붙여 저희의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동측 식당의 점심 세트에 모두 돼지고기가 포함되어 있을 때 이슬람교도 학우들을 위해 한 세트만이라도 소고기나 닭고기로 조리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어요.

 

모니터링 활동으로 학교 식당이 개선된 점이 있다면

그전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 학우들이나 채식주의자 학우들이 불만이 많았어요. 그래서 식당 측에 돼지고기를 표시해 달라는 요구를 했고, 식당에서는 고기 식단표에 소, 돼지 등 그림을 붙여주었어요. 또, 채소의 종류를 다양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여러 나물, 샐러드 등이 추가되었어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외국인 학우들이 학교 식당을 이용하고, 전보다 만족도도 높아졌어요.

 

더욱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현재 우리 학교 식당 웹사이트는 모두 한글로 구성되어 있어 외국인 학우들이 이용하기 어려워요. 식단을 보려 해도 한글로만 써져 있어서 이해할 수 없고요. 외국인 학우들도 식단이나 각 식당의 공지사항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는 만큼 영어로도 이런 것들을 공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가끔 모든 메뉴가 외국인 학우들의 입맛에 매울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반찬으로 김치와 고추장 불고기, 그리고 국으로 김치찌개가 나올 때도 있었는데 너무 매워서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어요. 같이 간 한국인 친구 역시 맵다고 할 정도였거든요. 물론 한식이 대부분 맵고 짜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식단만큼은 음식의 맛과 영양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측에 더 바라는 점은 없나요

지금 학교에는 한국인 학우와 외국인 학우가 따로 식당 모니터링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항상 외국인 학우들이 소수여서 저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식사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중요한 요소이므로 저희의 의견을 좀 더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식당 모니터링내의 학우들끼리, 또는 학교 구성원 간에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좀 더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학부총학생회에서 외국인 학우들을 많이 고려해 서측식당 2층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앞으로 이 식당의 운영에서 국제적 안목을 반영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저희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한, 비록 현재는 비공식적인 조직이지만, 학우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공식적인 조직 못지않은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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