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한글과 같이 우리와 역사를 함께해온 전통 의복이다. 그러나 요즘 한복은 특별한 행사나 명절, 결혼식 외엔 보기 어렵다. 명절을 맞이해 한복에 담겨 있는 철학과 아름다움을 수원대학교 의류학과 김문자 교수와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송미겸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한복의 중심은 옷 자체가 아니라 입는 사람이다. 서양의복은 인체의 특징을 가감 없이 표현해 입는 사람은 그에 맞는 옷을 골라야 한다. 이에 반해 한복은 입는 사람을 충분히 배려한다. 가변성과 여유로움에서 한복의 이러한 특징을 볼 수 있다.


한복은 사람을 향한다

한복은 착용자에 따라 폭, 길이 주름 등을 조절될 수 있다. 한 예로, 한복 치마 하나인 풀치마는 풀어진 형태로 되어 있어 입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바지는 바지 폭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여며 입게 되어 있다. 바지 길이도 대님과 허리띠로 그 길이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이처럼 한복에는 입는 사람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가변성이 있다. 김 교수는 이를 ‘가변의 미’라 설명한다.

한복은 서양의복과 달리 여유로움을 지닌다. 송 교수는 이러한 특성을 들어 한복을 ‘포용력이 있는 옷’이라고 칭한다. 옷 자체에 여유분이 충분하게 포함되어 있어, 어느 정도는 입는 사람의 체형과 상관없이 한복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복을 입으면 몸매를 드러내는 옷에서는 접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치마 속에서의 동작이 남의 눈에 띄지 않아 동작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한복에 담긴 다양한 사상

한복에 담겨 있는 철학 중 하나는 음양오행사상이다. 음양오행 중 오행의 각 기운과 직결되는 황색, 홍색, 청색, 흑색, 백색의 다섯 가지 색상을 오방색이라 하는데, 한복의 배색은 이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다.

예를 갖추는 예복 등에는 음양오행사상을 기반으로 한 다섯 가지 원색을 조화롭게 사용했다. 혼례를 올릴 때 입는 혼례 복은 배색을 통해 한복의 화려함을 표현하면서도 음양오행사상의 원색을 사용한다.
이는 녹색의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를 입는 녹의홍상, 노란색의 저고리와 푸른색의 치마로 조화를 이루는 황의청상 등에서 볼 수 있다.

한복에서는 샤머니즘의 성격도 찾을 수 있다. 관혼상제 복에는 나쁜 기운을 막고자 한 조상의 기원이 전승 되었다. 이러한 의복의 특성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지만, 김 교수는 한복에는 특히 유교와 불교문화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온 샤머니즘적 사상들이 복식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한복의 시접 방향이나 색, 형태 등에서 나쁜 기운을 쫓고 좋은 기운을 부르는 방식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옷의 시접 방향은 손으로 쓸어 위로 올라가도록 하는데 이는 복이 몸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다는 주술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어린아이의 배냇저고리, 백일 옷, 첫돌 맞이 옷에는 아이의 무병장수와 장수, 수복강녕 등의 기원이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활옷에는 부부의 금실과 다복, 다남 등이 화려한 수로 표현되어 행복한 출발을 축하하는 경우도 있다.


한복에는 유교사상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한 예로, 한복은 신분을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옷감의 재질이나 형태 등의 차이로 신분이 구분되었다. 갓, 도포 등은 아예 양반만이 착용할 수 있도록 사용이 제한되기도 했다. 관리복과 평상복에 사용하는 장신구조차 엄격하게 구별해 사용되었다. 한복의 이러한 유교적 특성은 조선 후기 신분제의 동요와 함께 모호해졌다.

갓, 도포 등이 신분을 구분하는 것과 달리 평등사상을 표현하는 의복도 있으니, 두루마기가 그것이다. 조선 시대 고종 때 임금부터 백정까지 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형태의 두루마기를 입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평등사상은 의복에서 처음으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

많은 철학이 녹아있는 한복에는 특유의 미적 요소 역시 다양하게 나타난다. 형태의 아름다움인 ‘곡선의 미’, 색채의 아름다움인 ‘배색의 미’, 그리고 ‘단순함’이 그것이다.

한복은 다른 나라의 복식과는 다르게 옷을 만들면서 곡선을 형성한다. 재단 시에는 천 대부분을 네모지게 잘라서 만들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곡선화한다. 저고리 깃, 도련선, 소매 배래 등 모든 선이 옷을 만들면   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게 한다. 따라서 한복에 직선은 거의 없다.

또 다른 곡선의 미로 김 교수는 옷을 착용한 후에 발생하는 주름을 꼽는다. 치마를 착용할 때 주름을 걷어 올려 부드럽게 걸친다. 남자 바지에도 바지 대님을 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주름은 한복 특유의 미를 더한다.


다양한 색상이 조화롭게
한복이 다양한 보색관계의 색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색채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서양 의복은 보색이 어울리지 않아 안감과 겉감에 같은 계통의 색상을 사용하는 반면, 한복은 저고리와 치마의 면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보색을 써도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보인다.
또한, 같은 노란색을 써도 한복은 물감의 노란색이 아닌 자연의 송화 색을 사용한다. 김 교수는 이를 자연친화적인 색상을 서로 배합하면 어떤 색을 사용해도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 착안한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한다.
옷감의 무늬와 색상의 단순함도 아름답다. 한복은 대부분 단색 직물을 사용하지만, 옷감의 무늬가 그 자체로 장식의 구실을 한다. 이는 서양의복이나 일본의 기모노가 옷감 위에 수를 놓거나 염색을 하는 방식과 구분된다. 이러한 단순함은 장신구 등으로 보완하고 강조해 그 멋을 살리기도 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