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부터 수업료 정책이 개정된다. 평점이 3.0에 미달하거나 연차를 초과한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과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부과 방식이 변경되어 해당 학생들의 수업료 부담이 대폭 완화된다. 2007년 학부 교육 개혁에서 기준 학점 미달 학생과 연차초과 학생에게 수업료를 징수하는 취지를 살리면서,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2007년 이전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했다. 정부 예산, 곧 국민 세금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재학 동안 경제적 부담 없이 학업에 전념해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해 줄 것을 국가와 사회가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교 이후 줄곧 재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이 지급되면서 이에 대한 책임감이 흐려지고,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처럼 인식되어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국가와 사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차등 징수 곧 장학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2007년 신입생부터 적용된 새로운 수업료 제도는 원칙적으로 정당성을 지녔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수업료 제도가 몇 가지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이거나 지급하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만, 평점 3.0 이하, 연차초과 학생이 과연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학생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불성실한 학업 태도로 학점이 낮게 나온 학생도 있지만, 입학 전 기초가 부실하거나, 어렵지만 관심 있는 과목에 도전하다가 낮은 평점을 받은 학생도 적지 않다. 평점과 연차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수업료를 부과하다 보니 쉬운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연차초과를 피하기 위해 부·복수전공을 기피하고, 학점에만 매달려 정작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은 하지 않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우리 학교의 수업료 제도는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시행되었지, 학생들이 납부한 수업료로 학교의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새로운 수업료 제도가 시행된 2007년 이후 입학생들은 그 이전 입학생들보다 평점이 높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문제는 수업료와 같은 비학술적 방법으로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면학 분위기는 학생들이 학문에 흥미를 가지게 함으로써 조성되어야지, 수업료 징수와 같은 비학술적 방법으로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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