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분야에서 Only One이 되자"

‘양’과 ‘가’만 가득한 성적표, 고교 내내 32명 중 32등이었던 꼴찌가 현재 ‘5억남’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우리 학교 황성재 학우(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이미 60여 개 특허를 보유 중인 그는 소문만큼이나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그를 유명하게 해준 가상손가락이란 기술에 대해 물어보았다

▲ 황성재 학우 / 김슬기 기자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때부터 발명이나 특허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들었는데, 학창 시절의 황성재 학우는 어땠나요
사실 고등학교 초기에는 공부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어요. 주로 춤을 추거나 동아리에서 연극을 하는 등 제가 좋아했던 것에 이끌려 다녔던 것 같아요. 사실 발명도 ‘대한민국 학생 발명 대전'이라는 대회에 나가면 1박 2일 동안 공식적으로 학교를 빠질 수 있다고 해서 시작한 거거든요(웃음).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특이하다고 들었습니다
발명 대전에서 ‘낭비방지 휴지거리'로 운 좋게 수상을 하고 나니 계속 발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발명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대학에 가야겠다는 목표도 생겼죠. 목표가 생기니 공부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수능 모의고사 점수가 400점 만점에 140점이었으니 고등학교 수업은 바로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따로 중학교 교재를 사서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식으로 차근차근 공부하니 어느새 점수는 350점까지 올랐고, 마침내 가고 싶었던 컴퓨터 사이언스 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신 거군요
대학교 때, 미국 샌디에고에 있는 퀄컴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Patent Wall'이라고 불리는 수천 개의 특허가 붙어 있는 벽을 보고 엄청난 지적 충격을 받게 되었어요. 그날 이후 특허가 바로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발명과 특허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그 노력 중 일부가 60여 개의 특허와 ‘가상 손가락’이라는 기술로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기술 이전된 '가상 손가락'은 어떤 기술인지 설명해주세요
가상 손가락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화면에 가상 손가락을 띄워 보여주어서, 한 손가락만으로도 멀티터치를 할 수 있는 기능이에요. 기존의 휴대전화는 손가락에 의해 화면이 가려지거나 한 손으로 멀티터치 조작이 불편했지만, 가상 손가락으로는 두 손가락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많은 언론에서 이번 기술 이전으로 5억 원을 벌었다고 하는 데 정말인가요
많은 신문 기사에서는 ‘제가 5억을 벌었다'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에요(웃음). 이 중 20%는 변리사의 수수료고 남은 80% 중 학교가 40%, 발명 교수 및 학생 팀이 40%씩 받아요. 이렇게 받은 40%를 발명 교수나 학생의 수로 나누고, 세금 등을 낸 나머지가 ‘진짜 제 이익'이 돼요. 그래서 실상 제가 받은 돈은 아마 4,500만 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아직도 기술이 계속 기업에 팔리는 상태이고, 기술의 사용에 따라 받는 ‘러닝 로얄티'가 있으니 수익창출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해요.

일각에서는 '가상 손가락'이 실효성이 별로 없을 거라고 보는 의견도 있는데요
물론 그런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가상 손가락'은 사실 제가 석사 1년 차일 때 재미있고, 새로울 것 같아서 개발한 기술이에요. 사실 아직도 이 분야에 대한 기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의 ‘가상 손가락’은 사실 전체의 반 밖에는 연구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므로 아직도 관련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새롭게 연구하고 계신 기술이 있나요
‘Pressure Estimation’이라고 불리는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기계장치가 압력의 강약을 감지한 후 압력을 새롭게 통합하는 방법을 찾는 기능을 하죠. 또한, 학생 발명동아리 카인벤터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거기서는 정보의 양을 물리적으로 측정하는 저울을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가요
지금은 뚜렷한 꿈이 있지는 않지만 저를 필요로 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사과정 1년 차를 보내면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했다고 봐요. 이러한 제 지식은 기술적 사상의 뒷받침이 되고, 이러한 과정은 연구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발명을 계속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학교에는 No.1은 많은 데, Only one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자기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학교의 많은 학우들이 자신만의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Only one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