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신문은 소통의 마당이다. 소통은 정보의 단순한 전달자 노릇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을 찾아내고 이를 함께 논의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구실이다. 감추어진 뒷모습까지 함께 밝혀야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성역없는 감시와 비판이 바로 신문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다. 비판적 소통을 통해 공론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카이스트신문은 구성원들의 모든 관심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합리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대학신문은 대학의 홍보지는 아니다. 더군다나 대학 당국만의 홍보지는 더욱 아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안내자 구실을 해야 한다. 겉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갖추어야 함을 뜻한다. 비판적 사유는 지성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이 지성사회가 하는 일이다. 비판은 불편한 일이다. 신문이나 기자들에게도 불편한 일이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잦을 것이다. 때로는 압력이나 유혹이 있을 수도 있다. 학교 당국이나 학생회 등에 대해서도 비판과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하는 한다.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신문이 KAIST 구성원들의 관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KAIST는 KAIST인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KAIST는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우리 사회와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희망이다. 자칫 KAIST인들의 입장에만 서지 않는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KAIST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 공동체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이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아무리 훌륭한 지향점을 갖고 정신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이 지면에 녹아서 반영되지 않는다면 다 허사다. 의욕이 넘쳐서 고함만 지른다고 다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칫하면 공허하기만 하다. 구성원들에게 외면받으면 아무리 훌륭한 내용을 갖추어도 공론장 구실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가독성을 높이고 관심 있는 다양한 소재를 찾는 것도 신문이 해야 할 몫이다. 구체적 일상의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그것을 통해 KAIST의 현실과 문제를 조명해내는 날카로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언제나 미세한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촉수가 민감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관심과 그들의 정서를 지면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도 신문 앞에 가로놓인 숙제다. 구성원들의 신뢰와 사랑 없이는 어떤 것도 온전히 제 몫을 다하기 어렵다. 누구나 자신의 견해와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뜻한다.

하지만, 아무리 대중성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대학신문은 그 지향점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무엇을 위한 대중성이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담아내야 한다. 재미와 관심만을 쫓다가 정작 중요한 의제를 놓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요구에만 이끌려가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카이스트신문이 언제나 형형한 비판정신으로 KAIST 공동체를 건강하게 연결하는 민주적 소통공간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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