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리용]

캠퍼스가 부산하다. 천안함 사태와 신종플루로 제때 치러지지 못한 축제와 카포전이 한 주에 연달아 열리면서 학교 전체가 축제분위기로 한껏 들떠있다. 개강직후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학우들에게 돌파구로서 제 역할은 톡톡히 해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축제장만큼이나 ARA가 시끄럽다. 소위 ‘꽐라’가 된 이들의 만행을 성토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내용도 가지가지다. 시비 걸고, 싸우고, 소란 피우는 것은 예사고 타 대학에서 구경 온 여학생을 자신의 테이블로 억지로 끌고 가려 했다는 글까지 눈에 띈다. 이쯤 되면 사람이 술을 마신건지 술이 사람을 마신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비단 올해만의 문제도 아니고 매년 축제기간과 각종 모임이 많은 개강 시즌이면 술은 어김없이 ARA를 장식하는 단골소재다.
물론 대학생활의 감초역할을 하는 술이 서로간의 단합을 도모하는 자리에서 빠질 수야 없다. 서로간의 벽을 허무는 데 술만큼 좋은 것도 없다. 문제는 ‘적당히’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자신의 주량은 무시하고, 술독에 빠져 쓰러질 때까지 마시는 풍경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데 있다. 주량은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게 아니라 웃을 때까지 마시는 양이라고 하건만, 기성세대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여과 없이 그대로 답습하듯 폭탄주가 오가고,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는 술이 함께 한다. 우리 학교 역시 타 대학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학교의 음주문화가 바람직하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대개 술을 처음 접하는 시점인 대학시절 형성된 음주 습관이나 행동이 장차 새로운 기성세대의 음주문화를 형성해간다는 점에서 올바른 대학의 음주문화는 당위성을 가진다. 술자리에 술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주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안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대로 존중하고, 스스로도 절제해 마시는 문화가 필요하다.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음주문화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대학생부터 건전한 음주문화를 위한 노력을 시도할 때 대학의 변화와 함께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음주문화는 새롭게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대학생활의 소중한 추억을 꼭 술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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