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돈으로 돈을 만드는 마술, 금융업

본격 직업 탐구의 세 번째 순서는 금융업 분야다. 금융업은 제조업이나 건설업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을 운영하지만,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에 관련된 업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직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학교를 졸업해서 금융권에 진출한 두 명의 금융업 종사자 추정호 씨와 신정관 씨를 만나 금융업에는 어떤 직업이 있고 무엇을 하는지, 금융권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역할에 따라 세분화되는 직업
금융권의 직업은 역할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분류된다. 기업 및 산업을 분석해 투자기회를 찾아내는 애널리스트, 공모된 자금을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발굴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수학적인 모델에 기반해 투자기회를 찾아내는 퀀트, 채권과 외환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채권 및 외환 딜러 등이 있다.
현재 신 씨는 KB투자증권에서 자동차 분야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관련해 상장된 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고 국내외의 기관 투자자에게 투자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OTC트레이딩팀에서 퀀트로 일하는 추 씨는 금융공학을 이용해 각종 파생상품을 설계, 평가하고 리스크 관리를 하며 위험자산의 가격변동을 제거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를 한다. 또한, 트레이딩에 도움이 되는 각종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추 씨는 “나는 학교에서도 수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듯이 학제적인 것을 좋아한다. 퀀트는 수학, 전산, 금융을 모두 다루는 분야여서 개인적으로는 현재 하는 일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술적인 이해가 중요해
금융은 사회적으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메커니즘의 기술적 배경을 잘 이해해야 사회적 자원배분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에 해박한 이공계 출신의 학생이 금융권에서 일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 추 씨는 “파생상품을 평가할 때 블랙-숄즈 방정식을 이용하는데, 이는 기계공학에서 배우는 열 방정식과 매우 유사해서 비교적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편미분방정식을 잘 풀면 기계공학자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밝혔다.

이공계 출신은 파생상품 분야에 유리
이공계 출신의 학생이 금융권에서 상경계 출신 학생에 비해 장점을 갖는 분야는 파생상품 분야이다. 여기서 파생상품이란, 주식과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해, 새로운 현금흐름을 가져다주는 증권을 말한다. 파생상품은 매우 다양해지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상경계 출신의 사람들은 이러한 상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공계 출신 학생은 수학을 심도있게 공부하면서 파생상품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간접적으로 많은 훈련을 할 수 있으므로 더 유리하다. 이공계 전공자가 파생상품 관련업에 종사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다. 추 씨는 “파생상품과 마찬가지로, 거래 분야에서 거래자의 감각에 의존하는 운용을 지양하고 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시스템 트레이딩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는 Narang의 ‘Inside the Black Box'라는 책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개인 재량에 따라 수익에 큰 차이 있어
금융업의 장점은 다른 분야의 직업에 비해 비교적 연봉이 높고 근무 환경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언제나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매우 동적이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긴장을 해야 한다. 또한, 심한 경쟁과 빈번한 구조조정도 금융권 직업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의 재량에 따라서 수익에 큰 차이가 있다. 수익에 기여한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성과보수 제도가 확실한 것이다. 추 씨는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성과보수를 받아 갈 수 있지만, 반대로 이에 따른 스트레스도 심하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은 한 명 한 명이 조그마한 개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 씨도 “능력에 따라 수익에 차이가 날 수 있는 것도 금융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면 초과수익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학부 시절부터 꾸준한 관심 필요
학사과정이나 석사과정을 마친 후 금융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공채 시험을 봐야한다. 삼성증권의 경우 SSAT 시험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학부 시절 경제나 경영에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
학부 시절에는 적은 돈이라도 주식에 투자하거나 신문을 읽으며 경제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이 금융권에 취직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혹은, 금융 관련 동아리에 가입해서 금융이나 경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 씨는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항상 염두에 두고, 독서량을 늘려야 한다. 꼭 금융과 관련된 지식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지식이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추 씨는 “금융권에 진출할 때 은행과 증권사 입사만 고려하지 말고, 아직 경쟁이 덜한 분야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수수료를 받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는 보험사, 여러 투자재산을 운용하는 운용사, 토지 가격을 감정하고 평가하는 감정평가사 등이 있다. 금융업에서는 경력을 쌓은 후에 다른 쪽으로 이직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편이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금융 관련 자격증 미리 취득해야
금융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자격증을 취득해 놓는 것도 좋다. 많은 증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1년 안에 증권투자상담사와 파생상품투자상담사를 의무적으로 취득하기를 요구한다. 추 씨는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와 공인재무분석사 CFA 레벨 1 정도의 자격증은 미리 따는 것을 추천한다. 종합대학이 아닌 KAIST에서는 혼자 공부하면 다소 어려울 수 있는데, 스터디 그룹 혹은 동아리를 조직하거나 온라인 교육을 이용하면 KAIST 학생들도 무난히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자격증에 대비한 교재가 시중에 많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험범위를 파악한 후 이에 해당하는 대학교재, 예를 들면 거시경제학이나 미시경제학 등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경기침체 벗어나면 전망 밝아질 것
예전에는 증권사에서 개인이 주식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어서 증권사의 흥망은 코스피 지수에 달려있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시장상황과 무관한 트레이딩 기법을 이용해서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격변동이나 외환시세의 급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행하는 헤지 트레이딩 등이다. 또한, 요즘은 고객의 자산관리에 중점을 많이 두는데, 개인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에 이런 분야도 유망한 분야로 손꼽힌다.
신 씨는 “올해 1분기에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이 8.1%였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경기침체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세계화되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업은 제조 및 서비스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산업이 호조를 보이는 이상, 우리나라 금융업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KAIST 학생들도 도전할 만한 가치 있어
우리나라 금융공학의 역사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미래를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 도전할 만한 분야임은 틀림없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이 계속 성장한다면, 우리나라 금융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신 씨는 “KAIST 학생들은 과학적, 논리적 사고력과 이공계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출 수 있으므로 금융권에서 일할 때 좀 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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