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다 썼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꾸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기사 쓰는 것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졌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4대 강 사업을 다루기로 했을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했었다. 그래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기사를 담고 싶었고, 합리적인 근거를  토대로 자문을 해주실 분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 건설및환경공학과의 몇몇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으나, 바쁘거나 자신은 아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4대 강 사업이 워낙 정치적이기에 언론에 직접적으로 견해를 밝히시기 곤란해서 그러셨던 것 같다. 익명 인터뷰도 괜찮고, 찬성 측의 주장과 근거에 대해 설명만 해주셔도 된다고 사정해보았으나 허사였다. 결국 다른 대학교의 교수님들께 연락을 드렸지만, 마찬가지로 다들 거절하셨다.

그러다가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의 모 교수님께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시기로 했다. 교수님께서는 먼저 자신이 쓴 칼럼과 외부 언론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주말 내내 그분의 기사와 칼럼, 그리고 관련된 많은 자료를 읽고 질문할 내용을 정리했다.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렸는데, 수요일 밤에서야 교수님께 답장이 왔다. 기쁜 마음에 열어보자, ‘이런 질문은 나에게 하지 말고 국토해양부에 하세요'라는 한 줄 뿐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다음 날 전화를 드리니 교수님은 다짜고짜 화를 내시며 말씀하셨다. “4대 강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주워듣고 와서 학내 여론을 선동하겠다는 거야?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할 것이지, 그딴 기사나 쓰고 앉아있어? 내가 그런 더러운 일에 껴야 하나?"라고. 그럴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왜 인터뷰를 해준다고 했냐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이름을 걸고 전화를 한 것이니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고, 교수님께 다른 분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그 순간 그분은 짜증을 내며 전화를 뚝 끊어버리셨다.

나는 내가 쓴 기사가 좀 더 많은 내용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학우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더러운 싸움’이라는 모욕과 함께 비참한 결과만을 낳았다.

목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국토해양부에 연락해 인터뷰를 부탁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결국 정부에서 제공한 자료를 받아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받은 정보를 기계처럼 정리해 적었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가 지금 적고 있는 이 글은 나의 모자란 기사에 대한 변명이자 자기합리화일 것이다. 학내에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내 스스로가 부끄러울 뿐이다.  /배수정 기자

이번 호에 창업에 대한 기사를 썼다. 창업보육센터의 김순근 센터장과 최희성 연구원에게 창업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 학교의 신기술 창업관을 몇 번 방문했다. 사실 별 존재감도 느끼지 못했던 건물이었는데 80여 개나 되는 많은 기업이 입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창업보육센터는 새로 창업한 회사나 좋은 아이템은 있지만, 기타 여건이 부족해서 창업을 못하는 예비창업자를 지원해 주는 곳이었는데, 외부적인 홍보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았다. 나도 학교를 1년 넘게 다녔지만, 전혀 모르던 곳이었던 만큼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우도 자칫하면 지원을 받지 못해 창업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신기술 창업관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의 많은 시설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학교 측의 홍보 부족도 이런 문제의 한 원인일 수 있지만, 학우들의 관심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우가 오로지 자신의 기숙사, 강의실, 실험실, 식당 등을 제외하고는 학교 내의 다른 기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심해지면 학교의 새로운 소식도 놓치게 되어 학교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학교의 발전을 막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학교와 학우 상호 간의 노력이 있어야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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