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소용돌이의 경우 에너지 손실 없고 위상학적 안정성 가지고 있어 … 미래형 정보 소자 개발과 양자 시뮬레이터로 활용 가능해

 물리학과 조용훈, 최형순 교수 공동연구팀이 반도체 내 양자 소용돌이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월 31일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특정 위상에서 생기는 양자 소용돌이

 양자 유체는 초유체나 초전도체와 같이 저온에서 양자역학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유체를 의미한다. 유체의 소용돌이는 태풍이나 싱크대에서 물이 빠질 때 흔히 관찰할 수 있는데, 양자 유체도 이러한 소용돌이를 생성한다. 일반적인 유체는 임의의 속도로 회전할 수 있지만, 양자 유체는 파동 함수의 위상이 원주율의 특정 배수가 되는 조건에서만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회전할 수 있다. 이처럼 양자화된 조건에서만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양자 소용돌이라고 한다. 

 양자 소용돌이는 에너지 손실 없이 회전이 가능한 초유체의 특성과 회전 방향을 쉽게 뒤집을 수 없다는 위상학적 안정성을 동시에 가진다. 따라서 양자 소용돌이를 쉽게 제어하고, 생성할 수 있다면 미래형 정보 소자 개발이 가능하다.

▲ (a)비공진 광 펌핑을 이용하여 만든 양자 소용돌이. (b)파동 함수의 위상이 원주율의 특정 배수가 되는 조건에서 생성된 양자 소용돌이의 공간적 분포. (ⓒ조용훈 교수 제공)

 

공진기 이용해 엑시톤-폴라리톤 생성

 이 두 가지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물질이 바로 엑시톤-폴라리톤(Excition-Polariton)이다. 반도체에 띠틈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는 빛을 쬐면 전자계를 2차원 평면에 구속할 수 있는데, 이를 양자 우물이라고 한다. 엑시톤은 양자 우물 안에 생성된 전자와 양공이 수소 원자와 같은 결합 상태를 형성한 것이다. 반도체 마이크로 공진기는 굴절률이 다른 반도체 물질들을 번갈아 적층한 구조를 이용함으로써 빛의 간섭현상을 조절해 반사율이 높은 거울 두 개를 마주 보게 만든 것이다. 반도체 마이크로 공진기는 빛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둘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거울 내부의 물질과 빛이 서로 강한 상호작용을 하며 빛과 물질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양자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양자 우물을 반도체 마이크로 공진기 내부에 두고, 엑시톤과 빛 사이에 강한 상호작용을 일으켜 새로운 종류의 준입자인 엑시톤-폴라리톤을 만들었다.


양자 소용돌이의 방향과 개수 제어해

 연구팀은 광 펌핑을 이용하여 양자 소용돌이를 제어했다. 엑시톤-폴라리톤은 반도체 시스템 내부에서 일정한 광학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에너지와 정확히 같은 에너지의 레이저를 반도체에 쬐어 엑시톤-폴라리톤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을 공진 광 펌핑이라고 하는데, 이 방식은 광 펌핑 에너지와 동일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엑시톤-폴라리톤 신호를 분리하여 검출해 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보다 높은 에너지를 쬐면 반도체 내부에 전자와 양공을 만들 수 있는데, 이들이 에너지 완화 과정을 거치면서 엑시톤-폴라리톤을 생성하는 것을 비공진 광 펌핑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비공진 광 펌핑을 이용하여 반도체 내에 형성된 엑시톤-폴라리톤의 응축 상태에서 양자 소용돌이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였고, 나아가 이들 양자 소용돌이의 방향과 개수를 쉽게 제어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비공진 상태의 빛을 쏘이는 방식으로 양자 소용돌이를 제어함으로써 광학적 제어 방법을 이용한 고체 상태의 미래형 정보 소자 개발에 중요한 방법론을 제시하였으며, 향후 복잡한 양자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양자 시뮬레이터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공진 광 펌핑 레이저의 궤도 각운동량이 엑시톤-폴라리톤이 응축된 상태의 궤도 각운동량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였으며, 반도체 공진기 시스템에서의 에너지 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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