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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묶인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규제 샌드박스
[460호] 2019년 03월 26일 (화) 박종건 기자 panyaang99@kaist.ac.kr

 

 지난 1월 17일부터 새로운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정책이 시작된다. 지난해 3월 발의된‘규제혁신 5법’중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 100개 중 57곳이 우리나라에서는 창업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간 우리나라의 규제는 어느 정도로 심했길래 정부가 이런 특별의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일까. 이미 법률로 정해져 있는 규제는 어떻게 완화하겠다는 것인가. 또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알아가며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해보자.


다양한 사업 시도 장려하기 위해 시행돼

 최근 규제 완화를 위해 시행하기 시작한 일련의 정책은 ‘규제 샌드박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샌드박스란 마당에서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도록 상자에 모래를 채워 넣은 장난감이다. 크기가 꽤 커 안에 들어가 장난을 치기 좋으면서도, 모래로 덮여있어 아이들이 넘어져 다치는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샌드박스 안에서 아이들은 동심이 허락하는 놀이를 마음껏 해볼 수 있다. 이러한 샌드박스의 특성에 빗대어 본인이 생각한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샌드박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규제 샌드박스 정책 역시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거나 새로운 산업 분야에 속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적용되는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주들이 규제에 얽매여 사업 규모를 키우지 못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렇듯 정부가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곳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규제 샌드박스

 2015년 10월, 영국 금융행위규제청은 금융업계의 사업자가 한시적으로 규제의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은 본래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와 결합된 금융 상품의 등장으로 그 권위를 유지해나가기 어렵게 된다. 자국 내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여럿 등장했지만, 금융업계에 진출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업계 진입에 강력한 규제가 마련된 데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새로 창립된 은행일지라도 초기에 상당한 규모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함을 들 수 있다. 거액의 자금이 유통되는 사업인 만큼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진입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핀테크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규제가 전부 유효하지는 않다. 은행이 제공하던 기존의 금융 서비스를 일부분 온라인상의 비대면 거래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큰 규모의 초기 자본금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인지한 영국 정부는 2014년 프로젝트 이노베이트(Project Innovate)를 통해 자국 금융업의 위상을 되살리고자 했고,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시된 정책이 규제 샌드박스다.


규제 샌드박스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

 당시 영국이 실시한 규제 샌드박스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기업에서 샌드박스를 적용해줄 것을 신청하는 제안서를 영국 금융감독청에 제출하면 정부의 검토를 거친 후 기업과 정부가 함께 제안된 사업에 샌드박스를 적용할 방안을 논의한다. 샌드박스 적용이 허가되면 정부의 감독 아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범적으로 출시된다. 이후 기업에서 제출한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에서 실제 상용화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17일부터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 정책은 크게 신속처리 제도, 실증규제특례 제도, 임시허가 제도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신속처리 제도는 사업자가 새로운 사업에 대한 허가의 필요 여부나 규제의 존재 여부를 문의했을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30일 내로 답변을 해야 하며 답변이 없을 시에는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 규제 법령의 모호함에 따른 문제의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실증규제특례 제도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검증하기 위해 규제 적용에서 배제해주는 제도이며, 임시허가 제도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검증이 완료된 제품이 규제에 막혀 시장 출시를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임시로 출시를 허가해주는 제도이다. 실질적으로 실증규제특례 제도와 임시허가 제도는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와 유사하게 사업자의 신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도로 꾸려진 심의위원회의 심의, 제품, 서비스의 실제 적용 및 관련 규제 법령 개정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왜 이 과정을 지나서도 제품, 서비스의 출시를 곧바로 허용할 수 없을까. 이는 우리나라의 규제 제도가 ‘포지티브 규제(Positive Regulation)’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규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 포지티브 규제를 정의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법령으로 명시된 항목을 제외한 새로운 사업을 금지하고, 이후 법을 개정해 나감으로써 필요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인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미국, 영국 등의 국가와의 차이 점이다. 논리적으로는 두 방식에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국가에서는 명시적으로 금지될 만한 요소가 없으면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의 출시가 우선 허용된다.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법령에 명확하게 부합하지 않는 경우 우선 금지되며, 기존에 허용된 사례가 없다면 새로이 허가를 내어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사회적 변화에 맞춰 법령을 개정하여도 그 속도가 기술의 발전에 비해서는 매우 더디기 때문에 사업이 이른 시기에 개시되어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에서 규제로 인해 사업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비앤비(Airbnb)를 꼽을 수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업’이다. 이에 따르면 도시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숙박 공유만이 가능하며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할 경우 불법에 해당한다. 반면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농어촌 민박은 ‘농어촌 지역의 주민이 거주하는 단독주택을 이용하여 …(중략)… 숙박, 취사시설 등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규정되어 있어 농어촌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숙박 공유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렇듯 모순적인 규제를 개선하고, 올해부터 새로운 형태의 숙박업인 공유민박업이 합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에어비앤비 사업이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에어비앤비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을 신속히 개정하는 것을 넘어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발빠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법령은 개정이 빠르고 쉽게 이뤄지지 않기도 하지만, 법에 의해 사회질서가 유지되는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자주 개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규제 샌드박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유망한 산업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 선두를 점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을 마련이 중요하다.


규제 완화를 위해 앞으로 개선할 점은

 하지만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도 여럿 있다.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몰이해로 심사가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기 위해 꾸려지는 규제특례심의위원회의 내부 결정 과정에서 부조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규제의 완화는 관련 업계의 이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위원회 내부에서 이권에 따라 특정 기업에 규제 완화를 한꺼번에 적용해주는 등 잘못된 결정이 이루어질 여지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철저한 모니터링과 국민적 관심이 지속되어야 한다.

 사실 규제 완화 정책은 2015년에 ‘규제 프리존’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바 있으며, 규제 프리존 정책의 내용도 큰 틀에서는 올해 실시된 정책과 다른 부분이 없다. 규제 프리존과 규제 샌드박스 정책의 조문 축조를 수행했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이재훈 변호사는 “해외에서는 금융 이외의 분야에서 행정부가 입법부의 법률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며 우리나라 규제 샌드박스 정책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 가질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학교 K-School 이충환 교수도 “이전에 비해서는 규제 완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조금 더 드러난다”며, “규제 완화를 중요한 문제점으로 인식하여 관련 정책을 시행하는 주체도 더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앞으로 규제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정책의 내용도 중요하며, 대대적인 규제 완화도 좋지만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규제 완화에 대한 정확하고도 전문적인 판단이 절실하다”며 규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규제가 엄격한지 여부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규제란 없으며, 어떤 측면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모든 규제는 당시 상황에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시대가 변하며 규제도 따라서 바뀔 필요가 있을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의 보호를 받는 국민이 시대적 변화를 인지하고, 관련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 <과학기술기반 신산업 창출 활성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제도 입법 추진 방향>, 이재훈, KISTEP   <규제 샌드박스 1+4법 이해와 논의>, 이재훈, KISTEP

취재 | K-School 이충환 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재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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