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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비요른 룬게 - <더 와이프>
[459호] 2019년 03월 12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 (ⓒ(주)그랜나래미디어 제공)

 조와 조안은 무능한 교수와 유능한 제자로 처음 만났다. 조는 조안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고, 조안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조에게 빠져 결혼에 이른다. 둘은 행복 속에서 함께 글을 쓰지만 무능한 조의 글은 세상 밖으로 전혀 나오지 못하고, 조안의 글은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편집되어 삭제되곤 했다. 그들의 신념은 시간이 갈수록 흔들리고, 결국 조안이 조의 글을 완전히 다듬는 것으로 출판에 성공한다. 조안의 손을 많이 거칠수록 글은 더 큰 성공을 거뒀고, 점점 조가 책상에 앉는 시간은 짧아지고 있었다.

 조안은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조는 그런 아내에게 완전히 의존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단 대표작의 주인공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 충실한 남편은 아니다. 스톡홀름에서 조는 젊은 여자 사진작가에게 접근하려다 조안에게 들킨다. 조안은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스톡홀름을 떠나려 하지만, 때마침 전해온 딸의 출산 소식이 그녀의 결심을 흐리게 만든다.

 시상식 전날, 조안은 수상 소감을 준비하는 남편에게 자신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조는 그녀를 글은 전혀 쓰지 않는 주부로 소개하고, 그의 모든 명예가 그녀 덕이라고 말한다. 조안은 끝내 참지 못하고 연회장을 뛰쳐나간다. 뒤따라온 조는 항상 그랬듯 가정의 행복을 앞세워 그녀를 다독이지만, 그녀의 자존심은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영화에서 조안은 자신이 글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조안이 조의 이름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조안의 글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조안의 글은 마침내 모두의 찬사를 받았지만, 그녀의 이름은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처음 조안이 글을 쓴 목적은 오로지 그녀의 글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자신의 글이 다른 사람의 이름 아래 빛나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녀의 삶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글을 쓰는 것, 자신의 글이 알려지는 것, 그리고 자신이 알려지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안의 모습에서 우리는 노력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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