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5.22 수 14:51
시작페이지로 설정즐겨찾기 추가
> 뉴스 > 문화
     
시선이라는 새장에 갇힌 단 한 명의 비르투오소
[459호] 2019년 03월 12일 (화) 하예림 기자 yerimha13@kaist.ac.kr

 

   
▲ (ⓒ(주) HJ컬쳐 제공)

 음악이 되고 싶던 한 남자가 있었다. 1840년 숨을 거둔 파가니니는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로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이유로 교회 공동묘지 매장을 거절당했다. 그가 죽고 4년이 지난 후, 아들 아킬레의 요청으로 파가니니의 안식을 위한 종교 재판이 시작된다.


마음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극은 파가니니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지게 된 이유를 조명한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큰 명성을 얻은 파가니니의 이름을 딴 <카지노 파가니니>의 개관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동업자 콜랭은 모든 책임을 파가니니에게 전가한다. 콜랭은 파가니니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파가니니가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로 결심한다. 그럴듯한 소문을 만들어내기 위해, 콜랭은 루치오 신부를 찾아간다.

 루치오는 바티칸의 비밀 기사단으로 활동하며 악마에게 현혹된 자를 단죄하는 임무를 맡았다. 자신이 신의 뜻을 따르고 있다 믿으며 확신에 차 있던 그는, 마녀라 믿었던 여성의 자살을 목격한 후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떠나지 않는 기억 때문에, 루치오는 파가니니와 악마에 대한 제보를 듣고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연주를 시작하면 들리는 비명, 사람의 장기로 만든 악기 등 파가니니를 둘러싼 소문은 허무맹랑하기만 하다. 하지만 세 현이 끊어진 상태에서 남은 하나의 현만으로 현란한 연주를 해내는 바이올리니스트, 그의 연주에 매혹된 사람들의 모습은 루치오로 하여금 파가니니가 악마임을 믿도록 만든다. 진정한 신의 아들로서, 이제 루치오가 할 일은 악마로부터 교회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파가니니는 자신처럼 음악을 통해 자유를 찾는 샬롯과 만난다. 사회적 체면과 약혼자의 억압 아래 신분을 숨기고 노래하던 샬롯은 파가니니의 조언을 듣고 당당하게 무대에 선다. 샬롯은 극 중 가장 독립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악마라는 손가락질에 괴로워하는 파가니니에게 그를 가두는 새장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노래만 계속할 수 있다면 사랑 없는 결혼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던 샬롯은 마침내 음악과의 사랑을 택한다.

 파가니니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킬레는 무대에서 잠시도 내려가지 않는다. 18세에 불과한 소년이 50세가 될 때까지 계속된 재판 내내 아킬레는 아버지가 악마가 아니었음을 호소한다. 파가니니를 구설수에 올리는 사람들을 향해 한순간이라도 파가니니가 악마가 아닐 거라 생각한 적은 없느냐고 묻는다. 성직자들을 홀로 상대하는 어린 소년의 애절한 변론은 권위 있는 신부의 목소리에도 가려지지 않는다.


파가니니의 세상을 재현하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가 극에서 많은 영향을 차지하는 만큼, 파가니니 역에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갖춘 액터뮤지션이 캐스팅되어 파가니니의 곡들을 연주한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번>, <카프리스 24번>,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등이 록 클래식 양식으로 편곡되어 넘버(뮤지컬 음악)에 등장한다. 밴드의 연주 속 강한 선율은 마치 록스타와 같았던 당시 파가니니의 입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림자는 배우가 대사로 연기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해낸다.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파가니니와 샬롯 위로 무대 장치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창살 형태의 그림자는 둘의 자유롭지 못한 상태를 대변한다. 무대 위에서 고독하게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그림자는 거대한 바이올린과 활을 만들어내고, 악마의 형상으로 변질하여 공포심을 일으킨다.

 무대 장치도 세상이 파가니니를 바라본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무대 디자이너는 와이어 프레임 형태의 무대 장치를 통해 파가니니 음악의 선율처럼 강렬한 선들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회전하는 중앙 무대 장치는 종교재판장, 카지노, 공연장을 모두 나타낸다. 상부의 무대 장치들은 창문이나 커튼이 달린 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파가니니, 루치오 등의 인물들이 각각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암시한다.


 “전 유럽에 영감을 준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그는 자신의 거룩한 음악과 최고의 내증에 의해 전례 없는 위대한 명성을 이탈리아에 가져다주었노라.” 파가니니의 묘비명이다. 평생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에 붙들려 살았지만,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음악의 새 장을 열었으며 일생을 바쳐 연주한 열정 있는 음악가였다. 어둠 속에 화려한 선율이 울려 퍼진다. 자신의 영혼과도 같은 바이올린을 남기고 별이 된 자, 그가 바로 단 한 명의 비르투오소였다.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기간 | 2019.02.15. ~ 2019.03.31.

요금 | R석 66,000원 

S석 55,000원

A석 33,000원

시간 | 20:00 ~ 22:30

문의 | 02)588-7708

하예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 유성구 대학로 291 KAIST 교양분관 1층 카이스트신문사 | Tel 042-350-2243
발행인 신성철 | 주간 박현석 | 편집장 곽지호
Copyright 2010-2019 카이스트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aisttim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