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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원 통합운영 논의의 허와 실
[458호] 2019년 02월 26일 (화) 카이스트신문 kaisttimes@gmail.com

 

 정부가 우리 학교 등 4개 과학기술원의 긴밀한 업무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사무국을 구성하는 안을 25일 열리는 과기정통부 제4차 인재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주요 언론들이 4개  과기원을 통합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보도하자 정부는 통합계획이 없다고 부인하였지만, 당사자들과 과학기술계는 통합논의로 술렁이고 있다. 사실 4개 과기원의 교류협력 강화 정책은 과거로부터 추진되어 왔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통합 운영 정책이 연구역량을 강화시키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차분한 평가가 필요하다. 

 협력강화론 또는 통합운영론의 주된 논거는 과기원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지역에 만들어졌고 중복과 비효율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므로 하나로 합쳐서 연구개발 투자 대비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이 효율성을 높이는 근거로는 규모의 경제 및 중복 연구분야 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연구장비 등의 공동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으며, 경영합리화를 통해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통합운영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우리 학교를 비롯한 4개 과기원은 연구성과를 축적하여 국제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하였으며 이미 국내 대학은 물론 해외의 유수의 대학의 연구진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4개 과기원 간에 공동 사무국이 없기 때문에, 혹은 통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공동사무국 또는 통합 본부에서 4개 과기원 간에 중복되는 연구분야를 구조조정한다는 발상은 국가 주도로 경제성장을 기획하던 과거의 관행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4개 과기대의 연구진의 상당수는 해당 분야의 국제적 리더로서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발하는 우수 인력이다. 학교와 학과의 장벽을 허물고 연구자가 자유롭게 학문 분야를 넘나들면서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도록 장려해야 할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연구분야 구조조정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운영은 결국 비용절감을 목표로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일수록 방만한 운영을 제어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은 자칫하면 대학기능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유 인력풀 활용을 근거로 신생 과기원의 인력충원 계획이 축소되면 결국 이 대학의 연구 및 교육기능이 약화될 것이다.

 통합운영 그 자체로 대학 기능의 강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비용절감을 위한 성과위주의 통합운영 논의보다는 급변하는 시대에 대학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와 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통합 모델을 도출한 뒤에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통합운영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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