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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큐비즘展>, 본질을 바라보는 만화경
[458호] 2019년 02월 26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각난 남자의 얼굴이 캔버스 위로 뿌려진다. 남자의 피부는 오래된 양철처럼 잿빛으로 반짝인다. 언뜻 보기엔 기괴하기만 한 이 그림은 입체주의를 이끈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이다. 입체주의(Cubism)는 서양 미술사의 최대 혁명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중요한 미술 사조이다. 입체주의의 토대가 된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의 작품에서부터 알록달록한 오르피즘까지, 그 발전 과정을 따라가 보자.


부서진 형상 위로 드러난 본질

 1907년 최초로 등장한 입체주의는 르네상스 이후 약 500년 동안 지속한 전통을 깨부수며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렸다. 보이는 그대로의 묘사를 중심으로 한 사실주의 미학이 인상주의를 거쳐 입체주의에서 끝을 맺고, 사물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추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입체주의는 미술사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현대 미술의 많은 성질을 규정지었다.

 1800년대 발명된 사진기는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진은 크림 전쟁의 참혹함을 전하고 벨기에의 잔혹한 콩고 지배를 세상에 알렸다. 사실적 묘사를 추구했던 전통적인 미술에 위험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이때 빛에 대한 반응과 색채를 대상의 본질로 보고 탐구하는 인상주의가 나타났다. 인상주의의 등장 이후 미술은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베끼는 것을 넘어,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으로 발전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폴 세잔은 “자연의 모든 것은 구와 원뿔, 그리고 원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사물의 기하학적 근본을 탐구했던 그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순해져 갔다. 그리고 사물의 환원은 이전의 미술에선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피카소는 일찍이 폴 세잔을 두고 입체주의의 근원이라 칭하며 “우리 모두의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인상주의 미술은 피카소와 브라크에 이르러 더욱 단순화된 입체주의 미술로 이어진다.


조각난 시선으로 바라보다

 입체주의는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사물의 다양한 모습을 한 화폭 안에 담아내는 미술 사조이다.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는 피카소의 말처럼, 입체주의 화가들은 대상의 본질을 추출하여 그들만의 작품으로 재생산했다. 입체주의 작품에는 한 시점에서 단편적으로 바라본 모습뿐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보이는 모습들이 한번에 나타난다. 많은 작품이 조각난 듯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러 시점이 섞여 한 작품에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콜라주 역시 당시에는 새로운 기법이었다. 콜라주는 종이, 헝겊, 모래와 같은 재료를 그림 위에 섞어 독특한 재질감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입체주의 화가 조르주 브라크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조르주 브라크는 스페인 출신의 피카소가 파리에 정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며 피카소에게 콜라주 기법을 전했다. 같은 시대 활동하며 입체주의를 이끌었던 두 뛰어난 화가들의 작품이 서로 어떻게 닮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선, 색, 비율, 그리고 본질

 입체주의는 등장과 동시에 많은 화가의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인상주의처럼 하나의 확고한 미술 사조로 굳어지기에 입체주의는 표현 방식이 브라크와 피카소의 방식에 국한되어 있었고, 이전까지의 미술 흐름과 너무 다르기도 했다. 이에 입체주의 화가들은 이 새로운 사조를 발전시키기 위해 입체주의 화가들의 모임, 섹숑 도르(Section d’Or)를 만들었다. 프랑스어로 황금비를 뜻하는 섹숑 도르는 고전 시대부터 서양 미술이 추구했던 황금비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 입체주의라는 것을 뜻하며, 입체주의가 미술과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큰 미술사의 흐름에 속해있다는 의미도 담고있다. 섹숑 도르는 전 유럽의 미술가들이 함께 모여 입체주의를 발전시키는 장이 되었다.

 입체주의가 확고한 미술 흐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미술 사회 내에선 입체주의의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입체주의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갔다. 초기 입체주의 작품은 색채를 사물의 본질로 여겨 색체에 집중했던 인상주의와 달리, 색채를 선에 종속된 성질로 바라보며 사물의 기하학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후 입체주의의 한 갈래로 등장한 오르피즘은 색채로써 사물의 구성을 나눴다. 오르피즘은 강렬하고, 비자연적인 색을 추구했던 야수파 미술에 영향을 받아 비현실적인 알록달록한 색으로 대상을 표현한다. 오르피즘을 입체주의와 별개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사물을 다양한 구성으로 나누어 표현하며 다수 작품에서 입체주의의 시점을 채용한다는 점에서는 입체주의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입체주의는 단순히 새로운 기법이 아니라 미술에 새로운 철학을 불어넣었던 혁명이었다. 입체주의 작품은 대상 자체보다도 대상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작품을 분석적으로만 보기보다는, 화폭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먼저 감상해보자. 어렵게만 느껴졌던 입체주의의 아름다움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장소 | 한가람미술관 예술의전당

기간 | 2018.12.28.~2019.03.31.

요금 | 15,000원

시간 | 11:00~19:00

문의 | 02) 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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