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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중심에서 기적을 피워내다
나딘 라바키 - <가버나움>
[457호] 2019년 02월 12일 (화) 하예림 기자 yerimha13@kaist.ac.kr

 

   
▲ ((주)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람을 해친 아이가 다시 법정에 선다. 피고가 아닌 원고로서, 소년은 자신의 부모를 고소했다. 이유를 묻는 판사의 물음에 소년은 그들이 자신을 태어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윽고, 카메라는 법정에 서기 전까지 소년의 삶을 조명한다.

출생증명서조차 없는 자인은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한다. 터무니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자인은 매일 거리에 나가 위조한 처방전으로 받은 약을 탄 주스를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고된 생활 속 배고픔을 억지로 참아내던 그의 감정은, 한 살 어린 여동생이 팔려가듯 결혼하는 것을 보며 폭발하고 만다. 동생과 함께 가출하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자인은 지낼 곳을 찾아 홀로 떠난다.

 자인의 고발은 힘든 생활에 대한 투정이 아니다. 여러 명의 형제에 뱃속의 아기까지, 가족의 수는 많지만 정식 교육을 받은 이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는 이도 없다. 돌볼 수 없다면 아기를 낳지 말아야 한다며 자인은 양육자의 책임을 지적한다.

 고개 숙인 부모와 라힐의 모습이 겹쳐진다. 라힐은 일자리를 찾던 자인이 만난 외국인 노동자이다. 라힐은 불법 체류 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아기 요나스와 단칸방에 숨어 지낸다. 돈을 벌기 위해 나섰던 라힐이 돌아오지 않자, 요나스의 양육은 자인이 떠맡게 된다. 영화는 레바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나 국제 난민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극적인 연출 없이 담담히 비추어진 그들의 생활은 불편할 만큼 생생하다.

영화 속 배우들은 대부분 실제 난민 생활을 겪은 이들이다. 주인공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시리아 난민으로 10세 때부터 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동생 사하르를 연기한 하이타 아이잠 역시 시리아 난민으로 베이루트 길거리에서 껌을 팔다가 캐스팅되었다. 감독은 아역 배우들에게 대본을 외우게 하는 대신 주어진 상황에 맞는 대사를 스스로 하도록 했다.

 가버나움(Capharnaum)은 물체가 무질서하게 쌓인 장소를 뜻한다. 이 단어는 성경에 등장하는 ‘가버나움(Capernaum)’이란 마을에서 유래했다. 예수는 이 마을에서 수많은 기적을 행한 동시에,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자 멸망을 예언했다.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베이루트의 생활은 멸망이 도래한 것처럼 혼란스럽다. 하지만 자인은 지옥 같은 생활 안에서 작은 기적을 이뤄낸다. 아기 요나스와의 만남,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버틴 하루하루가 모두 자인의 기적이다. 칸 영화제 15분간의 기립 박수는 이 기적들을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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