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 <골든아워 1, 2>

 질 걸 알면서도 하는 싸움이 있다. 장래는 어둡기만 하지만 휴식도, 포기도 허락되지 않는다. 꺼져가는 생명의 끈을 붙잡아두기 위해서 자신의 수명을 지급했지만, 수많은 환자를 떠나보냈다. 비정한 세상은 죽어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운 삶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의 백의는 항상 피로 얼룩져 있다.

 사고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한순간의 헛디딤이, 잠깐의 졸음이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죽고, 일부만이 살아남을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자들이 갈 곳은 많지 않다. 일상이 나락으로 추락한 그 순간,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와 의료진들은 그들에게 마지막 손을 내민다.

 이 교수가 본 우리 사회는 항상 어두웠다. 병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었고, 외상 외과는 일할수록 손해만 커지는 눈엣가시였다. 인력과 자원은 항상 부족했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헬기가 착륙하지 못해 살릴 수 있는 사람이 죽었다. 아무도 몰랐기에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환자들은 외면당했다. 이 교수와 외상 외과 의료진의 외로운 사투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몇 번의 큰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많은 정치인이 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그가 보여준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은 처참했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 교수는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의사들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살 수 있는 사람이 죽지 않는 당연한 세상을, 우리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처절한 실패담이다. 생명을 구하겠다는 사명을 가진 숭고한 이의 좌절을 담은 일기이다.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부터 구했지만 떠나간 환자의 얼굴을 잊지 못하는 의사의 독백이다. 죽음 앞에서도 변하지 못하는 현실에 탄식하면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끝이 정해진 길을 걷는다. 그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술대 앞에서 현실과 마주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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