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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리테크, 농업과 공학의 만남
미래 농업 주도할 애그리테크 농업 활성화 위한 창의적인 도전 필요해
[455호] 2018년 11월 13일 (화) 박종건 기자 panyaang99@kaist.ac.kr

 애그리테크(Agritech)는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쳐(Agriculture)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농업 및 기술의 융합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는 용어다.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공학 기술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농업도 이 추세에서 예외가 아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기술들이 농업에 접목된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 농업 분야의 스타트업이 벤처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애그리테크의 여러 사례를 살펴보고 애그리테크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농사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정밀 농업

 정밀 농업은 토양 특성, 작물의 생육 특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비료와 농약의 양을 조절하는 등 주변 환경에 최적화된 농사를 짓는 맞춤형 농업을 일컫는다. 같은 경작지 내에서도 토양의 질이 좋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처럼, 농작물이 놓인 미세한 환경의 차이를 고려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다. 정밀 농업을 위해서는 농장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ICT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정밀 농업은 디지털 농업 솔루션(Digital Farming Solution)이라고도 불린다.

 정밀 농업은 1980년대에 등장한 개념으로, 토양의 성질을 기록한 지도인 토양도와 항공 사진을 바탕으로 비료의 양을 조절하여 살포하는 장비 등이 그 시초였다. 이후 GPS의 도입으로 정밀 농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정밀 농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세계 최대의 농기계 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의 시드스타 모바일(SeedStar Mobile)을 꼽을 수 있다. 시드스타 모바일을 사용하면 농장 내 다양한 기계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고, 심은 씨앗 간의 거리, 씨앗의 배치 상태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존 디어 사의 서버에 실시간으로 작물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기는 현재 20만 대에 달한다.

 이러한 정밀 농업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일까. 먼저 생산성의 증대를 꼽을 수 있다. 작물의 품종 개량, 고성능 비료의 사용 등 이미 고도로 발달한 기존의 농업 기술로는 더 이상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없다. 정밀 농업으로 환경에 최적화된 농사를 지음으로써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 정밀 농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할 수 있다. 자연에 인위적 변형을 가하는 기존의 농업 기술에 비해, 정밀 농업은 불필요한 화학 물질의 사용을 줄이면서도 작물에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친환경적 농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1999년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계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 정밀 농업 심포지엄에서 정밀 농업이 최초로 소개되었다. 이후 여러 기술 중심 R&D를 통해 정밀 농업에 필요한 기술들은 확보하게 되었지만, 이것이 실제 농업 현장에 보급된 사례는 많지 않다. 비교적 최근인 2013년에서야 한국정밀농업학회가 설립되며 관련 인력 양성, 정책 입안 등의 다양한 노력이 행해지고 있어, 우리나라의 정밀 농업은 다른 농업 선진국보다 뒤처져 있는 상태이다.


특수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농업 로봇

 농업 로봇은 농업 생산과 재배, 유통 및 소비 분야에서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현재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인 동작을 통해 지능화된 작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계를 말한다. 농업 로봇 시장의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2014년 약 14억 달러에 달하던 시장 규모는 2018년에는 10배에 달하는 약 120억 달러로 성장하였다. 시장의 규모가 커진 만큼 다양한 제품들도 개발되었다.

 앞서 소개한 존 디어 사는 Star-Fire RTK라는 자율 주행 트랙터를 개발했다. StarFire RTK는 실시간 위성 측위(Real Time Kinematic, RTK) 기술을 활용해 농장 주위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트랙터의 수신기로 정보를 전달하여 자율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StarFire RTK는 씨 뿌리기, 땅 고르기 등의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양물산의 자율 주행 트랙터와 자율 주행 콤바인, 전북대학교, 전주대학교, CMS가 개발한 방제 로봇, 농촌진흥청이 개발하고 민간 업체인 세다(Sedar)에 이전한 딸기 수확 로봇 등 다양한 농업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농업 로봇은 일정하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 사용되며, 불규칙적인 작업 대상을 다룬다. 또한, 견고한 물체를 다루는 제조 공정의 로봇에 비해 비교적 연약하고 상처가 나기 쉬운 농작물을 다룬다. 따라서 농업 로봇은 작업 환경이 특수하고, 더불어 농민들이 로봇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고서도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이러한 단점은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농업 로봇 시장의 성장을 위해 극복하여야 할 난관들이다.


농산물 유통에도 ICT 기술이 적용돼

 ICT 등 첨단 기술이 활용되는 건 비단 농산물의 생산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산물의 유통 과정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신기술들이 탄생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유통 과정에서 모양, 색깔 등 품질에 큰 영향에 미치지 않는 요인의 결함으로 낭비되는 농산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스타트업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헝그리 하베스트(Hungry Harvest)라는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헝그리 하베스트는 농산물의 이동 동향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농산물 생산 및 거래 현장에서 버려지는 과잉 생산물을 파악하고, 과잉 생산물을 다시 가공한 뒤 판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부, 제품 포장 업자, 도매상, 소매상 등의 유통 중간 상인으로부터 남는 농산물을 공급받으며, 동시에 남는 농산물의 공급 그리고 소비자의 수요를 모두 예측, 및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헝그리 하베스트는 마젠토(Magento)라는 오픈 소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하여 농산물의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유통 과정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사업의 시작점이었던 미국 볼티모어시를 넘어 미국 전체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였다. 이는 여러 설문 조사, 소셜 미디어 정보,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수집한 정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비자 수요를 예측한 결과이다.

 앞으로 헝그리 하베스트는 이러한 유통 과정 파악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더욱 정확하게 공급 가능한 물량의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낭비되는 농산물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헝그리 하베스트는 이 목표를 위해 주요 공급원이 되는 농장과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는 통신망을 확보하고, 공급자인 농부들에게 관련 기술을 소개하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 애그리테크 산업을 이끌다

 지금까지 애그리테크의 여러 사례를 알아보았다. 존 디어 사와 같이 거대한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헝그리 하베스트와 같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애그리테크 시장을 이끌어갈 주체는 누구일까.

 영국 기업혁신기술부에 따르면 애그리테크 산업이 영국에 창출한 일자리는 약 54만 개에 달하며, 애그리테크 산업의 부가가치는 매년 1.3%씩 증가하여 2030년에는 163억 파운드에 달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상당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영국 애그리테크 산업에서 떠오르는 샛별로 평가받는 기업들은 다름 아닌 5개의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농업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CT 기술을 활용하여 각자의 해결책을 제시했으며, 상당한 금액의 투자도 유치한 바 있다. 특히 아이스로보틱스(IceRobotics) 사의 경우에는 중국-영국 비즈니스 협의회의 지원을 받아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까지 시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등 미국 5개 주에서도 주 정부 차원에서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농업 분야 대기업과 함께 상품을 개발,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 브랜딩, 애그리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자회사 운영 등이 그것이다. 애그리테크 산업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수행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성공적인 애그리테크 스타트업이 다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만나CEA이다. 만나CEA는 카이스트 졸업생인 박아론, 전병태 대표가 2013년 출범한 스타트업으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농법을 이용한 친환경 재배 기술로 잘 알려져 있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은 어류 양식과 농작물 재배를 병행하는 수경 재배 농법이다. 물탱크에서 물고기를 양식할 때, 물고기의 배설물이 물속의 미생물에 의해 액상 비료로 바뀌고, 이것이 농작물의 수경 재배에 활용된다. 이때 농작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물이 정화되고, 이 물을 다시 활용하여 물고기를 키우는 것이다. 만나CEA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2015년 전문 투자사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많은 투자처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농작물 정기 배송 서비스인 만나박스, 주주 참여형 공유 농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팜잇’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애그리테크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갈수록 농업 총소득이 감소하고 농업 시장이 쇠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전시킬 수 있는 키워드 또한‘애그리테크’가 아닐까. 애그리테크 산업은 스타트업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젊은 공학도들이 제2, 제3의 만나CEA를 설립하여 우리나라의 농업을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산업별 주력분야 분석 및 대응전략>, 좋은정보사, 좋은정보사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 이근 외,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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