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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의 경과에 대해 들여다보다
[455호] 2018년 11월 13일 (화) 백선우 기자 sw981127@kaist.ac.kr

 지난달 27일, 임종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었다. 검찰이 사법 농단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핵심 인물을 구속한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은 지난 2017년 4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해 정리한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왔다는 의혹부터 시작되었다. 사법 농단이란 사법권을 가진 기관이 국민들을 위한 공익이 아닌 특정한 집단의 사익을 위해 이익이나 권리를 독점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 자체적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에 지난 5월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검찰 수사 협조 지시에 따라 대법원에서 진행하던 기존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자료가 검찰로 넘겨졌다. 현재, 사법 농단의 주요 피의자인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출국 금지 조치가 취해진 상태이며, 추가적인 사법 농단 행각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사법 농단의 원인이 된 상고법원

 대법원장 시절,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의 업무 과중을 이유로 대법원의 하급 기관인 상고법원을 도입하려 했다. 상고법원은 상고사건을 처리하는 상고심 법원으로,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모든 상고사건은 대법원에 접수되나 법령을 해석하거나 통일해야 하는 중요한 사건만 대법원에서 처리하고 이외 사건들은 상고법원에서 처리된다. 이 부분에서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권리, 그리고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된다. 또한, 특별항고 혹은 상고법원 판사들의 의견이 불일치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될 경우,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가져가는 4심제로 운영이 되는데 이 경우 위헌 논란이 발생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 재판 자료 누설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이는 사법 농단 의혹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나둘 드러나는 사법 농단 행각들

 현재까지 제시된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행각들로는 ▲검찰총장 협박 ▲박근혜 전 대통령 의료진 특허 소송의 재판 자료 누설 ▲일본 강제노역 재판의 고의적인 지연 ▲횡령 및 비자금 조성 ▲재판 거래 등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 있을 때, 비리 판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 협박용 자료를 만든 것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검찰은 비리 판사로 수사를 받았던 ‘김수천 부장 대응 방안’이라는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확보했다. 본 문건에 적힌 내용은 형법상 협박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정운호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를 막기 위한 법원 차원의 검찰 협박 자료 또한 밝혀졌다.

 더불어,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 박채윤 부부의 기술 특허권 소송 자료를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에 전달한 근거를 찾아냈다. 재판기록 유출은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며, 삼권분립의 헌법의 기본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자료 유출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협력하며 자료를 불법적으로 유출한 것이기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유출자로 의심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의 비협조로 인해 기각되었다. 검찰 측은 “법원이 법관의 범죄행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고의로 막으니, 관련자 조사 등 여러 우회로를 통해 수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범 기업에 대해 일본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경우, 법원이 전범 기업 측의 손을 들어주도록 외부에서 압력을 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도록 했는데, “소송 시효 만료 때까지 소송 확정판결을 미루자는 계획이 담긴 문건이 작성되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비자금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에 배정되었던 기존 예산을 불법적으로 모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에서는 불법적인 의도에 의한 예산유용이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검찰 조사 결과 대법원이 전국일선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수억 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조성된 비자금은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고위 법관들에 대한 격려금이나 대외 활동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논란이 된 ‘강제노역 재판거래’ 이외에도 ▲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소송 ▲KTX 승무원 해고 무효소송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이 ‘재판 거래’ 의혹 사건들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소송’은 1, 2심에서는 대학생들이 승소했지만, 마지막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힌 사건이다. 본 판결은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해도 된다는 판례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후 진행된 입학금 반환소송에서도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관련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준)’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 탄원서를 발표하였다. 탄원서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밝히며, 사법부의 규탄과 구속 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재판 거래 법관들에 대한 탄핵 절차 진행, 사법 농단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구제 조치를 탄원했다.


대법원에서 실시한 자체조사 결과는

 2018년 5월 28일 이전에 이루어진 대법원 자체조사는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의한 내부 조사였다. 1차 조사에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근거를 찾지 못해 ‘사실과 무관하다’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2차 조사에서는 법원행정처가 몇몇 판사들의 동향을 수집하고, 일부 재판에 개입하려 한 문건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후 진행된 3차 조사에서는 법원행정처 컴퓨터 4대에서 400여 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파일들을 확보했다. 이후, 특별조사단은 ‘특정 법관의 인사에 불이익을 준 정황이 담긴 블랙리스트 문건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에 대한 개인정보를 파악한 파일은 존재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몇몇 재판들에 있어 청와대로부터 재판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실제 문건대로 재판 개입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검찰 수사

 기존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자료가 검찰로 인계돼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재 공식적인 검찰 수사 명칭은 사법 농단 수사로 명시되었다. 검찰은 사건 관련 주요 피의자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법원행정처장 등 당사자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되었고, 임 전 차장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이 발부되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어, 검찰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소송에 있어 대법원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간의 재판 거래 의혹을 발견했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강제 노동자 판결 관련 – 외교부와의 관계’ 문건에는 외교부의 부정적인 시간을 고려하여 판결을 연기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더불어, 다른 문건에서는 법관 파견에 있어 청와대 인사위원회와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횡령 및 비자금 조성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 등이 검찰 수사에서 확보되었다. 현재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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