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 염산으로 밝혀져 ... 사후 대책에 관한 다양한 시각 존재해

 지난 3월 30일, 우리 학교 정보전자공학동(E3-2)에서 화학물질 취급 사고가 발생했다. (관련기사 본지 447호, <교내 화학물질 취급 사고 발생>) 교내 미화 노동자 최 모 씨가 건물을 정리하던 중 ‘불산’이라고 적힌 통에 담긴 화학물질을 락스와 섞으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로 인해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사고 대응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사고 이후, 학교 측은 김기한 행정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 발생 경위와 사고 대응의 적절성 등을 조사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5월 말경 사고조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다소 미뤄진 지난 6월 29일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사고 개요 ▲사고 발생 경위 ▲사고 이후 학교 대응 주요 내용 ▲사고조사위원회 활동 주요 내용 ▲시간별 사고 상황 재구성 ▲사고조사위원회 상황별 진술 내용 및 적절성 검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제언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화 노동자 최 모 씨는 지난 3월 30일 14시 40분경 정보전자공학동 4층의 배관 등이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인 ‘피트’를 청소하던 중 불산이라고 적힌 낡은 플라스틱 용기를 여자 화장실로 옮겼다. 그 후, 용기에 담겨 있던 내용물을 락스라고 판단해 청소용 락스와 혼합했다. 그러자 화학 반응으로 인해 기포와 증기가 발생했고, 최 모 씨는 증기를 흡입해 호흡 장애, 기침, 현기증 등의 이상증세를 보였다.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한 학생의 도움으로 최 모 씨는 카이스트 클리닉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고, 119구급 차량을 통해 을지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본교 안전팀은 당일 15시 20분경 사고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고, 캠퍼스폴리스가 사고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 출동한 캠퍼스폴리스는 ‘복도에서는 특별한 냄새가 나지 않고, 화장실에서는 락스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현장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학과사무실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 특이사항이 없다고 안전팀에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가스 디텍터 측정 등의 절차 없이 현장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및전자공학부 행정팀(이하 전자과 행정팀)이 사고 상황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17시 25분경이었다. 전자과 행정팀은 사고 상황을 인지한 후 안전팀과의 전화 통화를 했고, 안전팀은 전자과 행정팀에 사고 현장이 안전하다고 전달했다. 이후, 전자과 행정팀은 용기를 안전지대로 이송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무렵 학생들 사이에서 사고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학생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이에 학부 행정팀은 20시 55분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와 사고 현장 주변 연구실 학생대표(랩장)들에게 ‘불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노출되는 일이 발생하였으며, 연구실에 조기 퇴실을 권장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안전과 관련된 직접적인 행동이 수반되어 전 구성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자를 발송할 경우에는 안전 주관부서에서 담당하고, 공식적인 절차를 거친 후 발송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담았다. 사고 사실에 대한 안내 문자가 충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송된 점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후 22시 02분 학부 행정팀은 정보전자공학동 입주 연구실 대학원생들에게 추가적인 안내 메일을 보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3월 31일 00시 11분, 제46대 대학원 총학생회 <Only-one> 한영훈 총학생회장은 학내 전체 구성원들에게 사고 내용을 알리는 메일을 발송했다. 한 원총회장은 메일에서 ‘정보전자공학동 건물 4층에서 불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전자과 학생들은 밤이 늦도록 안내 메일 혹은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교 측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를 당부하는 내용과 외부인이 주변 지역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도 메일에 담겼다. 이후 4월 2일, 메일의 내용과 관련해 한 원총회장은 일부 전자과 학생들은 안내 문자를 받았다며 전 구성원들에게 정정 메일을 보냈다. 보고서에는 한 원총회장의 메일을 통한 공지 조치에 대해 ‘공식적인 절차를 거친 후 발송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다. 

 3월 31일 7시에서 8시경 본교 교학부총장, 행정처장 등 교내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확인했으며, 08시 00분 가스 디텍터를 이용해 사고 현장의 불산 농도를 측정한 결과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학교 측에서는 지난 4월 3일부터 4월 4일까지 사고현장 주변 학생들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건강검진 결과 검진자 전원에 대해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학교 측에서는 4월 초에서 5월 초까지 사고의 원인이 된 화학물질의 성분 분석을 진행했다. 성분 분석 결과 화학물질의 성분은 불산이 아닌 농도 20~30%의 염산으로 밝혀졌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들로는 ▲안전 사고대응 매뉴얼 보완 ▲재난문자전송시스템 개발, 방송 멘트 점검 및 개선 등 비상시 연락체계 구축 ▲사고 발생 시 사고수습 및 안전대책 강구 우선시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메일 발송은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 마련 ▲원내 화학물질 분석장비 리스트업 ▲건물 피트 관리 등이 제시되었다. 이 중 매뉴얼 보완, 분석장비 리스트업, 피트 점검 및 청소 등의 조치는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다. 또한, 방송 멘트 점검 및 개선, 피트 노후 잠금 장치 수리 등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 6월 20일 진행된 사고조사위원회 마지막 회의에 참석했던 한 원총회장은 이번 사고의 후속 조치에 대해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직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 원총회장은 “조사위원회의 성격상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한 원총회장은 학교 측의 사고 대응 과정 중 아쉬움이 남는 지점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먼저 가스 디텍터를 이용한 불산 농도 측정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이 이루어진 시점이 너무 늦었다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진행한 퍼포먼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한, 본인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사고 내용을 공지한 것에 대해 “많은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원총회장은 이에 대해 “사고 내용을 알리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무도 신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덧붙여 “메일을 통해 사고 내용을 공지했을 때, 교수로부터 정정 메일에 대한 요구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사고에 대한 조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정정 메일을 요구한 것은 학생의 안전보다는 교수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한 원총회장은 학교 측이 ‘결과적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론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앞으로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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