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단백질과 달리 유동적인 단백질 구조 변형이 가능한 류신 반복 단백질 … EGFR과 리피바디 결합해 암 세포 형성 사전에 방지

 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그 역할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리피바디(Re-pebody)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27일 <앙케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인공 항체 단백질로 기능하는 리피바디

 리피바디란 항체를 대신할 수 있는 인공 항체 단백질로, 여러 질병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골격 단백질이다. 리피바디는 다양한 표적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모듈형 단백질, 기능을 보존하기 쉬워

 리피바디가 아닌 다수의 단백질은 하나의 덩어리로 구성된 구형 단백질로 인공적인 화학 처리를 거치면 기존의 기능을 잃어버리거나, 연결된 유기체의 구조가 망가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빛으로 단백질의 구조를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다시 원래의 구조로 되돌려 놓았을 때 그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리피바디는 기본적으로 류신 반복 단백질로, 여러 개의 LRR (Leucine-Rich Repeat) 단백질 모듈이 연결된 구조이다. 구형 단백질의 경우 화학 처리 과정에서 정확한 기능 조절을 위해 구체적인 디자인 방식이 중요할뿐더러, 표적 단백질에 따라 그 디자인을 변경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하지만 류신 반복 단백질의 경우, 모듈 단위로 이루어져 여러 모듈 중 하나가 빠져도 기존의 단백질 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에, 보다 유동적인 디자인 방식이 가능하다. 또한, 빛에 의해 구조가 틀어져도 틀어진 구조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 용이해 단백질 기능 손실의 가능성이 낮다. 


광 스위치 분자로 변형한 단백질 구조

 이번 연구는 빛으로 조절할 수 있는 리피바디를 개발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장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리피바디를 개발했다. 기존의 연구들은 화학 처리를 진행하거나, 유전자의 기능을 제어함으로써 리피바디를 조절했으나 이는 단백질이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리피바디에 광 스위치 분자를 붙임으로써 이를 해결하였다. 광 스위치 분자를 이용할 경우, 적절한 위치에 빛을 쪼여주면 트랜스형(Trans Type) 단백질이 시스형(Cis Type) 단백질로 변환되는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이전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EGFR을 결합해 암 치료까지 가능해져

 또한, 연구팀은 빛으로 구조를 바꾼 리피바디를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theli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와 결합시키는데 성공했다. EGFR은 표피증식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와 결합함으로써 암의 생체지표로 기능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EGFR을 리피바디와 결합시켜 EGFR과 EGF의 연결을 사전에 차단하면 암 세포 치료에 리피바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층 밝아진 표적 단백질 연구의 전망

 이번 연구는 다양한 표적 단백질을 대상으로 기능할 수 없는 기술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했고, 리피바디를 빛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정확한 단백질 기능 조절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단기간의 실용화보다는 발생학이나 암 등의 질병에 있어 연구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논문에 제1 저자로 참여한 허우성 박사 과정은 “생물학 연구에 있어 세포 간 시그널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실제 이와 관련된 여러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며, “기존 광 유전학에 존재했던 제한점을 극복하고, 이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 이번 연구의 요점이다”고 본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상피세포 성장 호르몬을 감지하는 수용체로, 표피증식인자와 결합해 암세포의 생체지표를 구성함.

표피증식인자**

표피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물질로 발견된 펩티드성세포증식인자.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