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친구가 생긴 이후에 퀴어가 전혀 특이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그냥 한 부분에서 독특할 뿐인 일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적어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퀴어문화축제에도 긍정적인 입장이었고 실제로 외국에서 게이 퍼레이드를 친구와 즐긴 적도 있습니다. 제 개인의 생각이 꼭 정책에 반영될 필요는 없지만, 작년 우리학교 학부총학생회 단위로 행진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언제, 어떻게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이어 어째서 그런 결정이 제 기준에서는 의견 수렴이나 그에 대한 홍보 없이 갑작스레 이루어졌는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카이스트 학부총학생회가 퀴어문화축제 공동행진에 참가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2018년 7월 카이스트 학부총학생회장단과 동아리연합회장, 각 학과 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찬성 의결했습니다. 이들의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 KAIST 학부 총학생회 연대 입장문>이 우리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아라(ara)에 올라왔고 현재 추천 수가 25 남짓이지만, 반대 수는 165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작년도 2017년 7월 13일에 아라에 게시된 <KAIST 학부 총학생회 퀴어문화축제 공동행진 참여에 대한 중앙운영위원회 결의안 - 단 한 명이 홀로 서 있을지라도> 2017년 7월 임시 중앙운영위원회 결과 공고 게시글이 추천 7, 반대 27로 게시되어있습니다. 다만 댓글에 “의견 수렴 과정이 미흡한 걸 알면서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반대 없이 추천 22개를 받고 게시되어 있습니다.

 소수자들에게 강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중앙운영위원의 논리와 당위에도 우려가 앞섰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무시당했다고 느껴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표출로 성소수자들이 받을 2차 피해가 하나였고, 둘은 앞으로 재발 방지와 성실히 학우 의견을 의결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방침, 그 결정과 실행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외부 요인이나 압력으로 결정 지어지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부 종교는 동성애를 포용하지 않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수단 등 이슬람권 국가 중 동성애 행위에 관한 사형 제도가 존재하는 나라도 12개국 있습니다. 종신형을 포함한 징역형이 있는 나라는 70개국이 넘습니다. 우리 학우 중에는 학생회비를 납부하는 이슬람교인도 있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기독교인으로서 동성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개인의 인생에서 큰 결단을 스스로 거쳐서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정했습니다. 물론 이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여지지 못할까 우려하는 성소수자들의 고민에 비하면 작은 것이라 믿습니다.

 2018년 6월 24일 익명 톡방을 통한 참여 논의 관련 사과문이 게시된 이후 동년 7월 10일 학부총학생회 단위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다는 중앙운영위원회 결정이 있고 각 과의 익명 톡방을 통해 학우의 이의제기를 받는 기간 동안, 저는 제가 소속된 학과의 익명 톡방에 들어가 중앙운영위원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의결을 한 당사자에게 결정에 대한 학우로서의 의견을 건넸지만, 돌아온 답은 중앙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만 논리를 갖춰서 이의제기를 해달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자신의 양심과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자연스레 생기는 감정을 근거로 하는 반대는 논리가 없는 이의제기로 간주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자세, 장소의 본래 목적이 무엇이든 의견을 표출할 적합한 창구를 준비해두지 않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정당한 의견으로 받지 않는 태도는 독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이 진정 학우들을 대표한다면 그들의 감정과 생각에 관심을 가지는 자세를 가져야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만으로 4천 총학생회로서 의결을 행사하는 월권에 불과합니다. 7월 12일 <카이스트 학우들을 대표하여 참여하는 모든 외부활동에 대해 (연대 의사결정, 성명서 발표 등) 학생총투표 혹은 정책투표를 통해 참여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연서가 발의되고 180여 명의 학우가 연서를 하였습니다. 이어 7월 18일에는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 연대 의결 관련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8월 1일까지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의결이 가결(可決)되었습니다.

 저는 올해 중앙운영위원회 입장문 아라 게시글의 160 반대 수와, 180명에 달하는 연서 학우 수가 단순히 해당 안건에 대한 반대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댓글 수가 아니라 찬반수가 많다는 것은 소통을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일방적으로 표출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7월 11일 퀴어문화축제 행진 참가를 재고하기를 청원하는 내용의 “총학에 고합니다.” 글은 추천을 244개, 반대 18개를 받으며 많은 학우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다음 날 7월 12일 아라 커뮤니티에 “민주적 정당성의 강화를 위한 연서” 글이 올라오며 100이 넘는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7월 20일경 중앙운영위원회는 180명이 의미 있는 수로 간주해 “앞으로 총학생회 차원의 연대를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가”를 정책투표 하기로 하고, 회칙상 오류를 지적받아 7월 21일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정책투표를 설문조사로 전환해 시행하기로 서면 의결하였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이 정책에서 외면당했다고 느끼며 학생사회에 의문, 불심을 품는 학우와 재발 방지와 소통의 정상화라는 당면한 과제가 남은 학생사회 구성원, 분노와 함께 표출된 혐오로 상처를 받은 성소수자들이 마음에 남는 기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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