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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의 대표성: 자치기구에서 이익단체로?
[450호] 2018년 08월 21일 (화) 카이스트신문 kaisttimes@gmail.com

 가을학기를 앞두고 발행하는 신문은 언제나 기사와 투고가 넘친다. 그만큼 신문이 나오지 않았던 기간 동안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봄학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성찰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호의 기사를 살펴보면 학부 총학생회는 지난 학기에 이어 방학 때에도 다양한 사안에 많은 신경을 쓴 것 같다. 

 그런데, 학부 총학생회가 관장하는 일이 매우 다양하여 오지랖이 넓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학생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학점 이수, 수강신청의 편의, 그리고 동아리 활동과 예산까지도 챙긴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심지어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학우들이 군에서 했던 전투 체육을 체육 AU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모든 학부생에게 악기와 태권도가 졸업요건으로 요구되는 안이 확정된 상태라면 태권도 유단자는 AU 대체가 가능할지 몰라도, 국민개병제에 입각한 국방의 의무 자체가 체육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 학교는 법적으로 그 지위가 사관학교가 아닌 대학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바란다.

 게다가, 총학은 수강변경 기간 동안 교과목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수강취소와 수강신청에 시차를 둔다는 새로운 정책에 반대하는 열의까지 보이고 있다. 수강변경 방식의 변경 전에 총학 자체에서 실시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매매 방지책으로 가장 큰 지지를 얻었던 방안이 이러한 시차 두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수강 신청한 과목을 매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한 적이 없는 관대함을 보이면서, 새로운 정책의 주도권을 교무처에 빼앗기자 학생들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반대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사안에서 총학이 보인 입장은 총학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소위 “꿀 교양” 늘리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교 총학 차원에서 이런 일련의 요구를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로 창피한 일인지는 여기에서 굳이 논하지 않겠다. 큰 논란이나 이슈가 일단락되어 없어진 상황에서 민생을 세세하게 살피고 민심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행보이기는 하다. 특히나 큰 논란의 과정에서 민심을 잃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기초융합학부를 둘러싼 논란 이후, 그리고 퀴어퍼레이드와 관련된 더 큰 논란 이후에 민심을 되찾으려 하는 총학의 노력들이 이러한 정치 행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총학생회가 자치기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의견과 성향이 다른 학생들의 지지를 무조건 많이 받기 위해 눈치를 보는 이익단체의 집행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총학 입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지난 기초융합학부 논란처럼 사후 수습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기고, 궁극적으로는 카이스트 학부생 전체를 대표한다고 주장할 근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보편적 인권에 입각한 행사 참여와 지지가 진정 문제가 된다면 물러날 수도 있는 대범함을 가지면서, 싸울 사안과 협상할 사안을 잘 판단하여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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