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경상남도 마산에 산다(지금은 창원시에 통합되었다). 어릴 때 부산 출신이신 할머니 밑에서 큰 터라 사투리가 심하다. 고등학교까지는 경남권에서 다녔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대전에 오면서 생긴 고충을 털어놓고자 한다. 

 나는 고향에서도 사투리가 심한 편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쓰레기통을 ‘시레기통’ 이라 발음하여 학부모들이 웃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당시 사람들이 왜 웃는지도 몰랐다. 한번은 친구에게 ‘공구다’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공구다’는 ‘괸다’의 경상도 방언인데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사투리가 심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 이후부터 단어 선택에 조금씩 신경을 쓴 것 같다.

 이런 나였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는 말투가 되게 신경 쓰였다. 표준어를 쓰는 친구들이 더 많아서 말하면서도 스스로 이질감이 느끼는지 나에게는 스트레스였다. 나 나름대로 표준어를 써보려 했는데 ‘~했니’, ‘~했어’ 등의 어색한 흉내만 낼뿐이었다. 그런 말투가 나에게는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말투였다. 그 때문에 말을 할 때 항상 끝처리가 어색했다. ‘~했어’라는 표현이 어색하니 말끝을 흐려서 말하곤 했다. 이제 와서 친구와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내가 되게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고 하더라. 그 때문에 입학 초기에는 경상도 출신 친구들을 보면 되게 반가웠다. 적어도 내 말투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말을 했던 거 같다.

 또 한 가지 스트레스라고 하면 내가 일부러 사투리를 심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일부의 안 좋은 시각 때문이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서 사투리를 덜 쓰려고 노력하면은 했지 일부러 더 쓴 적은 없다. 이건 영화나 다른 매체에서 쓰는 사투리를 보고 사투리가 멋있다고 생각해서 사투리를 오버해서 쓰는 몇몇 사람 때문에 생기는 안 좋은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투리가 부끄럽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이것 때문에 사투리를 고치려고 더 노력했던 거 같다.

 입학한 지 1년 반, 이제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느냐. 또 그런 건 아니다. 나에게 소득은 그간 불쑥 튀어나온 사투리를 친구들이 못 알아들을 때 “아 이것도 사투리구나” 하면서 사투리 단어 사전만 조금씩 추가할 뿐이었다. 그 ‘경상도 억양’은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았다. 또 다른 변화라고 하면 이제 말투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내 말투에 익숙해진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그 친구들에게는 편하게 사투리로 이야기한다. 물론 단어 선택에는 굉장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 억양은 몰라도 단어마저 방언을 쓰면 내가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편해지니 피해를 보는 건 주변 친구들이었다. 사투리가 옮아서 말투가 이상해지더라.

 아직 표준어를 쓸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이젠 아예 서울 사는 친구들에게 “이때는 서울말로 어떻게 해?”라며 물어본다. 그리고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은 하지만 택시를 탈 때마다 “학생 어디서 왔어요?” 소리를 듣는 거 보면 아직 부족한가 보다. 나에게 조그마한 소망이 있다면 표준어와 사투리를 적절히 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스위치처럼 내 마음대로 말투를 온오프 할 수 있을 때를 꿈꾼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하면 그놈의 ‘블루베리 스무디’는 몇 번째 시키는지 모르겠다. 물론 아직 발음은 할 줄 모른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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