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강한 중독성과 의존성으로 인해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 또한, 많은 사람이 마약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마약을 사용해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모르핀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도 하지만 전쟁터나 병상에서 심하게 고통받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도 한다. 어떤 마약이 의료용으로 사용되는지, 오남용을 했을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아보자. 

 

마약은 어떻게 정의되고 분류되는가

 마약은 영어로 ‘Narcotics’이다. 이 단어는 무감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Narkotikos’에서 유래되었다. 한마디로 마약은 졸음이나 신경의 혼란을 불러일으켜 통증을 없애거나 완화시키는 물질을 의미한다. 보통 마약이라는 단어가 양귀비에서 얻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총괄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의미의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마약류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런 의미들을 모두 포함한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보고에 따르면, 마약류는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해 약물에 의존하게 만들며 ▲약물에 대해 내성이 생겨 사용하는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금단 증상이 나타나며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이다.

 우리나라는 법률상 마약류를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초로 분류한다. 마약은 양귀비와 코카 잎 자체나 이것들을 가공해서 얻는 합성품을 말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오남용을 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물질을 가리킨다. 마리화나(Marijuana)라고도 불리는 대마초는 칸나비스(Cannabis)속 일년생 식물로서 대마초 자체와 대마에서 얻을 수 있는 나뭇진을 말한다. 하지만 대마초의 종자와 뿌리,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이들을 이용해 만든 제품은 마약류에서 제외된다.

 

강한 진통 효과와 부작용 가진 모르핀

 이러한 마약류는 국가에서 법으로 지정해 관리할 만큼 위험하고 중독성이 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 행위에서도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모르핀(Morphine)은 아편을 가공하여 만든 마약으로 인체에서 강력한 진통제로서 작용한다. 과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이 사용되어 큰 부상을 당한 병사들의 고통을 덜어주었으며,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도 종종 사용된다.

 모르핀은 진통 효과가 강한 만큼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하다. 제2차 세계 전쟁 당시 병사 한 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모르핀 주사의 횟수도 최대 3번으로 정해져 있었을 정도이다. 모르핀이 중독성이 강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된다. 엔도르핀(Endorphine)은 인체에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분비되어 사람의 기분을 상승시킨다. 모르핀은 엔도르핀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르핀을 투여하면 엔도르핀이 분비될 때와 같이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진다. 하지만 엔도르핀은 평소에는 분비가 되지 않고 고통을 느낄 때만 분비되기 때문에 모르핀을 투여받은 사람들은 모르핀으로 인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자신에게 한 번 더 투여하게 된다. 하지만 점차 내성이 생겨 처음과 같은 양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양을 투여하다 더 강한 약물을 찾기 시작한다.

 모르핀의 중독을 치료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편계 마약은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해 한 번에 투여를 그만두면 강한 금단증상이 생긴다. 몸이 나른해지며 온몸이 떨리고, 현기증과 불규칙한 호흡, 신경통, 관절통 등이 찾아올 수 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전신경련이나 신체 모든 부위가 아프기도 하다. 이러한 금단증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치료 시 모르핀을 대신해 의존성이 약한 메타돈(Methadone)이라는 마약을 사용한다. 환자에게 메타돈과 다른 진통제, 신경안정제를 대신 투여하며 투여하는 양을 서서히 줄여가면서 마지막에 복용을 멈춘다. 그래도 평균 1주일간은 금단 증상에 시달리며 이후에도 심리적으로 다시 떠올라 2주에서 3주 정도 모르핀을 찾게 된다.

 

프로포폴, 중독성 적지만 의존하게 돼

 사람들에게 우유주사라고도 많이 알려진 프로포폴(Propofol)은 수면마취제의 일종으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프로포폴은 다른 약물에 비해 부작용과 중독성도 적어 수면마취제로 널리 사용된다.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분류된 이유는 이것을 휴식의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약물은 고통을 줄여주는 약물이 아니라 사람을 잠에 빠지게 해 시술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일부 병원과 의사들이 이러한 점을 이용해 이 약을 잠을 푹 자게 해주는 피로회복제로 속여 팔기도 했다.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강하지 않아 중독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피로한 사람들은 편한 잠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여러 번 투약받게 되고 결국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결국 프로포폴은 오남용으로 인해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프로포폴은 부작용이 적지만 부작용이 생기면 치료하기 힘들다. 많은 양의 프로포폴을 한 번에 투여받게 되면 심정지나 호흡 정지가 올 수 있어 투약 시 항상 심박 수와 호흡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잭슨은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여받았다. 하지만 의사의 실수로 인해 프로포폴을 과하게 투여받아 호흡 정지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약 논란의 중심에 선 의료용 대마

 우리나라에서 대마는 섬유를 얻거나 한방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재배되었으며 흡연을 목적으로 사용한 기록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흡연을 목적으로 대마를 사용한 때는 월남전이 진행되고 있던 1965년 이후이다. 그나마도 1976년 대마초의 흡연은 법으로 금지된다.

 대마초를 흡연할 경우 환각제처럼 작용한다.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적은 양을 복용하였을 때에는 몸이 이완되는 감각과 함께 꿈꾸는 듯한 느낌과 공복 등을 느끼며 생각과 표현을 할 때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많은 양을 흡연할 때에는 몸이 공중에 뜨는 느낌과 환각, 환청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몇몇 사람들은 대마가 일부 질병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의료용 대마의 사용을 주장한다. 지난 6월 WHO가 대마 추출물을 원료로 한 CBD(Cannabidiol) 오일이 뇌전증이나 알츠하이머 등에 효능이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마가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식욕을 돋우며 녹내장 환자의 안압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암 환자들이 고통을 줄이고 입맛을 증가시키며 약에 의한 구토를 억제하는 목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통해 대마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마의 의료용 사용에 대한 우려의 입장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의료용으로라도 대마를 합법화시키면 이를 기반으로 오락용으로도 합법화하라는 등의 요구를 할 것이라며 대마를 합법화시키는 것은 안된다고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18일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해 의료 목적으로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일부 수정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판매 중인 대마 성분 의약품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사용을 허가받으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한다.

 

 모든 약이 그러하듯 마약류 역시 양날의 검이다. 휘두르기에 따라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자기 자신과 주변을 해할 수도 있다.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거나 대마처럼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사회의 복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개인도 자신에게 필요한 약물을 적절히 선택해 오남용하지 않을 능력을 길러야 한다.

 

참고문헌 | <마약 이야기>, 이창기,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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