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력이 좋지 않은 재료와 좋은 재료로 전사 모체와 유연 기판을 각각 처리하는 기존의 방식은 열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 존재

 전기및전자공학부 윤준보 교수 연구팀이 나노 와이어를 유연 기판 위에 정확하게 배열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24일 자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게재되었다.

어렵지만 다양한 나노 재료의 활용성

 나노 재료는 작은 크기에 기반한 새로운 물리적 현상이 나타나거나, 일반적인 물리화학적 현상이 극대화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자 소자나 센서 등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 나노 소자를 어떻게 유연 기판 위에 효율적으로 배열하는가에 관련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나노 재료는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두께가 얇아 쉽게 휘어지는 특성을 함께 갖고 있어 단순한 공정으로는 그 활용이 어려웠다.

 

기존 공정은 와이어를 무작위로 배열해

 나노 재료들을 기판 위에 배열하는 기존의 합성법은 단순했다. 수용액 속에 나노 와이어를 퍼뜨린 후, 이를 기판 위에 붓고 말리는 것이 공정의 전부였다. 하지만 공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노 패턴들이 얽히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의도했던 특성이 저하되거나, 의도치 않은 새로운 특성이 나타나는 등 문제가 많았다. 특히나 산업적인 관점에서 이처럼 변수가 많은 공정을 상용화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새롭게 등장한 나노 와이어 전사 방법

 최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 와이어 전사 방법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우선 실리콘처럼 딱딱하고 화학적으로 안정한 전사 모체(Master Mold)의 표면을 접촉력이 좋지 않은 재료로 코팅한 후, 나노 와이어 재료를 그 위에 증착한다. 반대로 유연 기판에는 접촉력이 좋은 재료를 코팅한 후, 앞서 제작한 전사 모체를 도장처럼 찍어주면 나노 와이어가 전사 모체로부터 분리되어 유연 기판 위에 배열된다.

 

나노 재료마다 다른 화학 처리 필요해

 하지만 나노 와이어 전사 방법은 전사 모체에는 접촉력이 좋지 않은 화학 물질 처리를, 유연 기판 위에는 접촉력이 좋은 화학 물질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배열하고자 하는 각각의 나노 재료에 알맞은 화학적 처리 과정을 알아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또한, 유연 기판 제작에 있어 상변화를 통해 물성을 조절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인데, 일반적으로 화학 처리 물질의 끓는점은 매우 낮아 나노 와이어 전사 방법을 사용하면 열처리를 통한 물성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즉, 다양한 나노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기에 기존의 방법은 부적합했다. 

 

비정질 탄소를 이용한 새로운 처리법

 연구팀은 화학적인 처리법을 사용하지 않은 채 나노 물질을 유연 기판에 찍어내는 방법을 새롭게 개발했다. 연구팀은 전사 모체에 접촉력이 좋지 않은 화학 물질 대신 희생층으로 불리는 비정질 탄소*를 증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비정질 탄소는 산소 플라즈마** 기법을 사용해 특정 부분만 선택적으로 얇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나노 와이어 아래 위치한 비정질 탄소를 얇게 만든 후, 액상 형태의 유연 기판을 부어 이를 경화한 다음 얇아진 비정질 탄소를 부러뜨림으로써 기판을 제작했다. 비정질 탄소는 끓는점이 300℃ 정도로 높아 열처리 과정도 용이하다. 연구팀은 실제 백금(Pt)이나 구리(Cu)를 대상으로 공정의 실용성까지 검증한 상태이다. 

 이번 논문에 제 1 저자로 참여한 서민호 박사과정은 “실험실 수준을 넘어서 큰 면적의 제품에도 실용화가 가능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연구라고 확신한다”라며 이번 연구의 전망을 밝혔다.

 

비정질 탄소*

결정 구조가 정해져 있지 않은 반응성이 높은 탄소. 탄소의 여러 동소체 중 하나.

플라즈마**

기체 상태의 물질에 지속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가해 만들어진 이온과 전자의 집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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