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5일부터 17일까지 우리 학교 본원 일대에서 열리는 2018 KAIST 석림태울제(이하 석림태울제)의 주점에서 일체의 주류 판매 행위가 금지된다. 주점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나 주점을 방문하는 학우들은 주류를 개인 지참해야 한다. 또한, 교내 서측 학생회관(W2) 202호에 위치한 대학원생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주류 대면 판매를 진행한다.
  매년 전국의 대학 축제에선 학우들이 직접 설치하고 술과 안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주점이 흔히 운영되어 왔다. 이는 지금까지 처벌의 대상이 되진 않았으나,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것으로 주세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실제로 지난해 인하대학교 축제에선 주류 판매 행위로 행정지도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에 지난 1일 교육부는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교육부 소관의 각 대학에 발송했다. 해당 공문은 ‘대학생들이 주세법을 위반하여 벌금 처분을 받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건전한 대학축제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많은 대학은 축제 주점 계획을 취소했고 주요 언론에도 이 내용이 소개되며 많은 사회적 논의를 낳은 바 있다.
  교육부의 소관이 아닌 우리 학교로 해당 공문이 발송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당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후, 행사준비위원회 상상효과(이하 상상효과) 측에서 주점이 관련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주점 운영을 신청한 단체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진행 상황을 바로 알리기 위해 대표자들이 모인 대화방을 만든 후, 그곳에서 나온 질문사항들이나 요구사항들을 학교 법무팀과 세무서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상상효과는 지난 4일에 주점 대표자들과 긴급회의를 진행하였고, 회의 결과 ▲주류 판매업 면허를 소지한 대학원생 협동조합을 제외한 모든 주류 판매 및 유사 행위를 금지 ▲교내 칵테일 동아리 <믹서>의 경우 석림태울제 컵을 판매하고 직접 칵테일 제조 체험을 한 후 컵에 담아가는 방식으로 진행 ▲교내 Party Planning & DJing 동아리 <퓨즈>의 경우 부스를 설치하여 입장료를 받고 술을 무상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지가 제32대 KAIST 학부 총학생회 <받침>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되었다.
  하지만 이후 법무팀, 국세청과의 대화 과정에서 법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서 계획 또한 계속 수정되었으며 최종적인 논의 결과가 지난 11일 상상효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되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주점에서의 주류 판매는 불가하므로 술은 개인 지참해야 하며, 서측 학생회관 202호에 위치한 대학원생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오후 8시부터 오전 1시까지 주류를 판매 ▲<믹서>의 경우 상상효과의 컨텐츠공모전 부스로 변경하여, 칵테일을 모든 학우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진행 ▲전야제와 <퓨즈>의 경우 각각 장영신학생회관, 카이라운지 외부에서 주류를 모든 학우에게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진행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번 석림태울제 기획단장을 맡은 정구일 제11대 상상효과 위원장은 해당 공지에 대해 “처음엔 대학원생 협동조합의 사업자등록증으로 기타소매업 면허를 허가받아 주점 한가운데 대학원생 협동조합 부스를 설치한 뒤 주류를 판매하려 했으나 이 방법이 세무서에서 거절당했다”며, “이에 주류의 경우 대학원생 협동조합의 사무실인 서측회관에서 소비자에게 대면 판매만 가능하도록 계획이 변경되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대학원생 협동조합이 소지한 면허는 의제판매업(일반소매업) 면허로서, 사업자등록증에 등록된 장소에서 대면 판매를 통해 주류를 판매할 수 있다. 북대전 세무서에서 이 장소에 실사를 오기도 하였으며 최종적으로 합법임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믹서와 퓨즈의 경우, 정 위원장은 “컵 판매와 입장료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무팀의 답변을 받은 상태였으나 주세법 관련 논란이 커지고, 학교 측에서도 이에 대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결국 법의 해석에 따른 편법 소지가 있는 모든 방법을 금지하게 되었다”며 이들 부스가 모두 무상으로 주류를 제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부연했다.
  덧붙여 정 위원장은 “지난 11일 공지된 최종 계획이 주세법을 위반하지 않는 만큼 더 이상 계획이 변경될 것 같지는 않다”며, “축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잦은 번복으로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건전하고 즐거운 축제 문화 유지를 위한 학우 분들의 많은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카이스트 학내 사회는 이번 ‘술 없는 축제’에 대해 건전한 축제 문화 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당초 상상효과가 받은 축제 부스 신청에서 11개 단체가 주점을 신청했으나 긴급회의를 열기 전 두 팀이 신청을 취소했고 공지 후 네 팀이 추가로 취소하여 축제 기간에는 다섯 팀의 주점 부스만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축제에서 주점 운영에 참여하는 손서윤 학우(전산학부 16)는 “주류 판매 규제에 대한 공문이 너무 늦게 내려와 대책을 세우기에도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며 “미리 공지를 했더라면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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