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에 중간고사 기간이 있어서 한동안 신문이 발행되지 않았다. 바로 그 몇 주 사이에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런 연유로 이번 호에 기사가 넘쳐서 다음 호에서도 계속하여 다루어야 할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고 염려스러운 사건도 있었으며, 반갑고 희망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담은 소식들도 있었다. 카이스트신문은 대학 언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교내와 교외의 뉴스를 폭넓게 소개하고, 그 맥락 또한 꼼꼼하게 검토하고 짚어내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특히,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논란에 대해서는 학교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가진 시각과 의견을 공정하게 반영하여 기사를 작성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언론의 보도나 사회적 이슈와 관련하여 해석의 맥락을 가리켜 프레임(frame)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어 왔다. ‘프레임을 씌운다’든지 ‘프레임에 갇혔다’는 표현도 상당히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었던 팩트(fact)라는 용어와 함께 이제 프레임이라는 용어는 정치 논평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화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무수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선별과 분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거르는 필터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팩트라는 용어는 라틴어 어원을 감안했을 때 ‘완결된 하나의 현상이나 행위, 또는 그 결과’를 지칭하기 때문에, 흔히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좁은 의미의 과학적 사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즉, 사회적 맥락에서는 팩트라는 말 자체에 어떤 행위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함의가 들어 있고, 어떤 현상을 묘사하거나 서술할 때에도 여러 전제 또는 제한 조건이 포함되기도 한다. 또한, 서술의 순서나 방식에 의해 그 내용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여지가 남아 있다. 더군다나 사회 통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일반화는 팩트를 특정하여 연관된 변수를 찾아내는 과정일 뿐이어서, 통계는 그 자체로 팩트가 아니며 시공간을 가로질러 적용 가능한 보편성도 가지지 못한다.
프레임이라는 용어는 이처럼 팩트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연관이 있는 변수나 요인을 선별하고 특정하여, 어떤 현상이나 정보를 의미 있게 해석할 수 있게 하는 맥락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시간적 차원인 역사적 맥락이 들어갈 수도 있고, 공간적으로 제한되는 특정 사회의 제도나 관습, 가치나 문화가 들어갈 수도 있다. 1970년대에 이 용어를 처음 규정했던 베이트슨(Bateson)은 일상적인 차원에서 농담과 진담을 구별해 주는 신호를 프레임의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프레임은 이처럼 서로 공유되고 확산되어야만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데, 이제는 일방적인 억측이나 독단적 판단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대중의 판단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보도나 기사에도 변수나 맥락이 선별된 프레임이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해석이 결론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찰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변수들까지 공유되어야 하며, 미래의 지식인이 될 사람들은 이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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