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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팔다
[446호] 2018년 03월 27일 (화) 이상현 전산학부 15학번 kaisttimes@gmail.com

  페이스북이 심상치 않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기하급수적으로 사용자 수가 늘어 2017년 기준 20억 명의 월 사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은 창사 이래 최악의 데이터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데이터 스캔들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심리학 박사 알렉산더 코겐 교수는 ‘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성격 테스트 서비스를 만들어 배포했다. 약 27만 명이 이 앱을 사용했는데,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소셜 로그인 기능을 이용했고, 앱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소셜 로그인 기능이 화근이 되었다. 앱 개발자는 사용자의 좋아요 목록, 친구 목록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로 만들었고, 이는 약 5천만 명분에 달했다. 여기까지는 페이스북 약관상 문제가 없다. 소셜 로그인을 할 때 “자신의 개인정보를 해당 서비스에 제공한다”는 약관에 동의해야만 자신의 정보가 해당 기업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앱 개발자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Cambridge Analytica라는 영국 데이터 분석 기업에 팔아넘겼다. 약 5천만 명의 페이스북 데이터는 CA를 거쳐 트럼프 선거 캠프로 들어갔고, 이는 트럼프 측 선거 광고 전략 수립에 활용되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데이터가 유출되는 과정을 탐지할 수 없었고, 5천만 명의 데이터가 거래되는 동안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 스캔들이 이슈로 부상한 이후로 페이스북은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9일 페이스북의 보안 총책임자인 알렉스 스테이모스는 사의를 표명했다. 미국 상원 의회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상원 의회 출석을 요구했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번 데이터 스캔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말을 아끼고 있다가, 지난 22일에서야 의회 출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해당 서비스를 사용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자기의 개인정보와 감정 패턴이 트럼프 선거 캠프에 팔려나갔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할 수 없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임라인에서 트럼프의 선거 광고를 봐야 했을 지도 모른다. 만약 이번 스캔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 유출은 페이스북에 악재였을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의 주요 수익 모델은 특정 대상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는 타깃 광고이며, 이런 데이터에 기반한 타깃 광고의 증가는 페이스북의 수익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악영향은 주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12년, 페이스북은 약 70만 명의 타임라인을 조작해 감정을 조작하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당시 이 연구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었는데, 이후에도 페이스북이 계속 데이터 관련 이슈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다루는 것에 대해 신중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재 페이스북은 약 20억 명의 실험자가 준비된 사회과학 실험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것도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친한 사람끼리는 타임라인에 뜨는 내용이 비슷해 무의식적으로 생각과 감정이 공유된다.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페이스북이 주는 영향이 꽤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페이스북이 우리 감정에 개입하게 되는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를 넘어 조작당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는 이번 데이터 스캔들을 계기로 개인정보, 더 나아가 감정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에 좀 더 불편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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