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 <리틀 포레스트>

  한겨울의 늦은 밤, 혜원은 고시 학원에서 자취방에 돌아왔다. 편의점 도시락을 꺼내 탁상 위에 올린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한 입 먹지만 바로 뱉고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밥이 상한 것인지, 속이 상한 것인지, 혜원은 허기진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고향인 농촌 마을로 돌아온다. 어느새 1년이 되고, 혜원은 직접 키운 농작물로 매끼를 만들어 나간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남이 만드는 도시의 삶을 떠나 자신을 알아가는 청춘의 이야기이다.
  혜원의 고향 친구 재하는 아버지의 농사를 도우며 작은 과수원을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시에 취직했지만, 직장에 대한 회의감에 상사의 폭언이 기폭이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왔다. 힘들지 않냐 물어보는 혜원에게 적어도 남들이 시키는 삶을 살지는 않는다며 웃어 보인다. 그 날은 과수원이 가을 태풍에 쑥대밭이 된 날이다.
  다른 친구 은숙은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읍내 농협에서 일하지만 언젠가 도시로 떠나는 꿈이 있다. 은숙은 혜원에게 곧잘 농협 부장 욕을 늘어놓다가, 힘들면 그만두라는 조언을 듣는다. 당장은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며칠 후 노래방에서 부장의 머리를 탬버린으로 내리치며 응어리를 풀어낸다.
  영화는 일상적이다. 혜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날, 그녀의 엄마는 집을 떠났다. 남자친구와 함께 준비한 시험은 혜원만 떨어졌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모든 손님이 친절하지는 않다. 영화는 주인공의 모든 문제를 관망한다. 그리고 ‘우아한 먹방’이라는 평가처럼 혜원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한다. 사회적 성공은 내려놓았다. 식(食)이라는 기본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청춘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질 뿐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소위 말하는 ‘농촌 판타지’와는 다르다. 뙤약볕에서 모를 심고 태풍에 쓰러진 벼를 세우는 등 농촌은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새로운 삶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혜원이 남의 잣대를 벗어나 선택하는 자유의 모습을 그리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재하가 혜원에게 말을 건넨다. 혜원은 쉬기 위해 고향에 내려왔지만, 아직 마음은 도시에 있는지 바쁘기만 했다. 쉴 때에도 푹 쉬어야 한다는 강박에 쉬지 못하는 모습은 현대인과 닮았다. 사계절, 우여곡절이 지나고, 혜원은 다시 겨울을 맞지만 그녀의 마음은 춥지 않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마음 속의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가 모두에게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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