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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크라우드펀딩
[445호] 2018년 03월 13일 (화) 정지호 기자 mkll321@kaist.ac.kr

대중들과 공감해 자금을 만드는 방법
  대중(Crowd)과 자금(Funding)의 합성어인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을 직역하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통용되는 크라우드펀딩의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넘어서, 크라우드펀딩은 ‘목적성’을 가진다. 재난 구호에서부터 언론 활동, 예술가의 후원자 모집, 정치적 캠페인, 신규 사업에 대한 소규모 투자까지 말이다. 즉, 크라우드펀딩은 특정 아이디어나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을 얻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활동 계획을 알리고, 실제 후원을 얻어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모금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연이나 상품을 프로젝트로 만들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한다. 이것을 접한 대중들은 프로젝트에 공감하거나, 프로젝트가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돈을 투자한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대중으로부터 충분한 자금을 마련한다. 일련의 과정은 기존의 창업자가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인 경우, 창업자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처럼 크라우드펀딩은 기존의 금융이 처리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상황을 새로운 금융 통로로 처리해 ‘대안 금융’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체계적 플랫폼, 예술에서부터 시작돼
  크라우드펀딩은 영국의 한 록 밴드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1997년, 록 밴드 마릴리온(Marillon)의 팬들은 마릴리온의 미국 투어 공연 자금 마련을 위해 인터넷 캠페인을 열어 온라인으로 약 6만 달러를 모금하는 것에 성공한다. 밴드가 개입하지 않고 순전히 팬들이 자발적으로 이뤄낸 ‘팬 펀딩(Fan Funding)’ 개념의 이 사례는, 크라우드펀딩의 최초 성공 사례로 꼽히며 영미권을 중심으로 크라우드펀딩이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보다 전문적인 크라우드펀딩은 2003년, 최초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아티스트쉐어(Artistshare)’에서 시작되었다. 아티스트쉐어는 예술가와 그 팬을 연결함으로써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예술 작품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그 팬들에게는 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아티스트쉐어는 록 밴드 마릴리온 사례 이후 인터넷을 통해 개별적으로만 이루어지던 크라우드펀딩을 체계적으로 규격화하여 전문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보상에 따라 분류되는 크라우드펀딩
  개인이나 기업이 모금 프로젝트를 개설하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이를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광고한다. 대중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이유는 물론 관련 사업이 진심으로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투자에 따른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크라우드펀딩은 어떠한 보상이 후원자에게 주어지는지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지난 2012년 미국, 중학생들이 버스 안에서 카렌 할머니에게 욕을 퍼부은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캐나다의 맥스 시드로브(Max Sidorov)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카렌 할머니를 위로하고 카렌 할머니에게 휴가를 선물합시다’라는 캠페인을 개최한다. 놀랍게도, 시드로브는 약 3만2천 명의 크라우드펀딩 참여자로부터 약 70만 달러를 모금하는데 성공한다. 카렌 할머니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이 바란 것은 보상이 아닌 기부를 통한 카렌 할머니의 안정이었다. 이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크라우드펀딩을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이기도 한 ‘보상품 제공형(또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자들의 후원이 이루어지고,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할 시 투자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나 상품 형태의 보상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예시는 페블 테크놀로지(Pebble Technology)의 설립자 에릭 미기코브스키(Eric Migicovsky)가 진행한 페블워치(Pebble Watch) 크라우드펀딩이다. 에릭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동시에 연동되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했지만, 기존 시장에서 충분한 금액을 투자 받는데 실패했다. 에릭은 사업이 실패할 위기에 놓이자 2012년 4월부터 5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만들어 게시한다. 결국, 에릭은 2달 사이에 목표액의 100배가 넘는 1천만 달러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에릭은 자신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에게 투자 금액에 따라 옵션이 다른 페블워치를 보상으로 지급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개인이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만기일까지 돈을 갚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크라우드펀딩이다.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힘든 창업자도 돈을 빌릴 수 있고, 반대로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는 은행에 같은 금액을 저축할 때보다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는 신용도와 돈의 사용처 등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창업자는 자신의 사업과 상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들이 창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한 대가로 주식이나 수익증권을 갖는 형식의 크라우드펀딩이다. 영국의 건축회사 햅 하우징(Hab Housing)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게시함으로써 640명의 투자자로부터 197만 파운드의 금액을 모았다. ‘행복, 설계, 아름다움(Happiness, Architecture, Beauty), Hab’이라는 회사 이름처럼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회사의 신조는 많은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목표액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햅 하우징에 투자한 사람들은 회사의 지분을 얻고, 회사의 다양한 행사에 참석해 충분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크라우드펀딩, 우리 곁으로 다가오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다양한 크라우드펀딩 성공 사례가 존재한다. 작년 상반기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개봉 전, <노무현입니다>는 흥행에 성공한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과 우리나라 대형 배급사들과의 스크린 싸움에 밀려 흥행에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에서 <노무현입니다>의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2억 원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진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펀딩 개시 후 26분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고, 최종적으로 507명으로부터 목표액의 2배가 넘는 돈을 후원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영화는 누적 관객 185만 명을 기록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Krowd 10 크라우드펀딩 프로그램’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지원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Krowd 10 프로그램은 2016년 1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졌으며, 총 6개의 팀을 선발하여 진행되었다. 각 팀은 첨단소재로 제작한 디톡스보틀, 스마트도어락, 모바일 게임, 다목적 공간, 친환경 조명 가습기, 코팅 페인트 등 총 6가지의 상품을 보여주었으며, 이 중 4개의 팀이 목표액을 달성해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투자자들
  크라우드펀딩은 아직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있다. 우선, ‘보상품 제공형 크라우드펀딩’은 그 시스템 자체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 유형은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달성되었음에도, 사전에 약속된 상품을 받지 못하는 경우이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이 성실히 아이디어를 실현시켜도, 부품이 단종되거나 제조업체와의 불가피한 마찰이 생기며 급작스럽게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품을 그럴듯하게 광고하여 실제보다 기능을 과장했다고 해도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피해액을 보상받기 힘들다. 실제로 2014년, 킥스타터에 소개된 초소형 드론 자노(Zano)를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펀딩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거액을 모았지만, 개발자가 2015년 들어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당시 자노의 투자자들은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은 법에 저촉될 위험이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지난해 7월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높은 금액을 모금할 경우, 사전에 모집 사용계획서를 등록하지 않으면 불법적 크라우드펀딩으로 분류된다. 사용계획서를 등록했다 하더라도 모금액을 초과 달성한 경우나 법이 허용하는 모금 목적이 아닌 경우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개인과 기업에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비자나 투자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자신이 투자하고 싶은 서비스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의 다양한 성공 사례가 존재하지만, 그 뒤에는 수없이 많은 실패들이 있었다. 안타까운 피해를 막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할 추가적인 법적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관련 제도가 적절히 마련된다면,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전망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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