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카이스트 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구덩이를 판다

깊이 더 깊이.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지

아둔한 자가 제 무덤을 파는지

나는 모른다.

 

구덩이 아래는 완연한 미지.

무엇이 묻혀 있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이 아래에 아무 것도 없으면 어떡하지?

아래로의 한 걸음 나아감은

지상의 꽃 향기와는 한 걸음 멀어진 것이지만

불안한 괭이질은 느려져도 멈추지 않는다.

 

유의한 생명수를 마주할지

끝과 쓸모가 없는 흙덩어리에 한 몸 맡길지는

누군가 관측해주기 전까지

나도, 아무도, 장 뷔리당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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