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타르타콥스키 - <안나 카레니나>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서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행복을 찾는 사람이 있는 한편, 더 큰 행복을 찾기 위해 떠도는 이도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1870년대 러시아를 배경으로 사랑에 얽힌 행복과 불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최고의 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 이 작품은 영화, 뮤지컬 등으로 여러 번 재창작되었다. 올해 국내에서 초연하는 블라디미르 타르타콥스키의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한 안나의 여행을 따라가 보자.
  작품은 행복을 찾아 철길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규칙을 지킬 것을 경고하는 역장의 노래로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회적 규칙과 시선을 모두 무시하고 심판을 받을 것을 각오한 듯 비장한 목소리로 행복을 부르짖으며 열차에 오른다.
  안나는 귀족과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이룬, 당시 여성들에게는 이상으로 여겨지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모스크바의 무도회장에서 만난 브론스키 백작과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그를 향한 마음을 억누르려 황급히 모스크바를 떠나지만, 브론스키는 그녀를 따라 페테르부르크로 향하고 결국 안나도 피어나는 감정에 운명을 맡긴다. 브론스키 또한 약혼녀 키티가 있었지만, 급하게 진전되는 관계 속에서 서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기차가 덜컹대는 소음만 들려온다.
  한편, 브론스키를 잃은 키티는 자신의 사랑이 실패했다는 낙담 속에 그녀를 사랑해주었던 청혼자 레빈을 찾아간다. 도시의 귀족 사회에 남았던 안나와 브론스키와는 달리 그들은 농사를 지으며 소박한 삶을 살지만, 행복이라는 종착역에 누가 더 가까이 도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안나와 키티의 대조되는 배경과 생애에서는 혁명 이전 러시아의 격변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원작에서는 안나와 브론스키 사이에서 딸아이가 태어나고, 원래 남편에게 돌아가려는 안나를 보며 브론스키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설은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미묘하게 얽힌 다양한 감정을 묘사해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표현한 긴장감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안나의 이야기가 결말로 향할수록 기차 소리는 더욱 선명해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한다.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아들과 남편을 버린 안나가 사회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작품은 말한다. 과연 누가 이 여인의 영혼에 돌을 던질 수 있냐고. 과연 사랑을 찾아 떠난 안나를, 철길은 결국 어디로 이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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