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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피그말리온은 없다
웬디 무어 - <완벽한 아내 만들기>
[443호] 2018년 02월 13일 (화) 김선규 기자 seongyukim@kaist.ac.kr

  인간의 많은 행동은 욕구에 근거한다. 남의 권리를 해하지 않고 과도하지 않은 열망은 인간 발전, 사회 건설의 거름이 된다. 그러나 신체, 정신 등 개인적인 역량이나 사회적 요구는 그릇된 욕구를 추구하는 삶을 영위할 수 없게 제한해왔다.
  18세기 중반 영국의 시인, 토마스 데이는 스토아학파와 루소의 철학에 크게 감명받아 금욕적인 삶과 인류애의 실천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지주의 아들이었지만, 당시 상류사회의 문화에 깊게 스며들지 않아 진솔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예절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일생의 과제가 있었다. 철학적 진리를 추구하고 퍼뜨리는 것, 그리고 그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며 지식을 나눌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데이는 젊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복종할 수 있는 여성을 찾아 나섰다. 그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배우자에 대해 말하곤 했는데, 데이의 의식 속 그녀의 표상은 구체적일지언정 위태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뒤틀린 구석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자라며 어머니만 따랐는데, 어머니가 재혼하며 계부를 데려오는 날 여성의 변덕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이후 두번에 걸쳐 약혼자를 향한 청혼 또한 결실을 얻지 못하자 사회 속 여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다.
  그는 노예제를 반대하고 인권 평등을 주창하며,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책을 써 유명인이 된다. 하지만 결혼에 관한 어그러진 욕망은 자신의 사랑을 바칠 여성을 피그말리온처럼 직접 만들려는 엽기적인 계획으로 탄생시킨다. 보육원에 버려진 소녀 사브리나를 9년 동안 루소의 저서 <에밀>의 방법으로 교육해 최고의 신붓감으로 개조했으나 정작 결혼에는 실패해 자신을 위해 그녀의 삶을 평생 통제하고 죽어서도 그녀에게 불명예와 고통을 안긴다.
  이 책은 실존 인물과 이야기를 글로 옮긴 것이다. 단편적으로는 데이의 욕망이 사브리나를 망쳐놓은 일대기이다. 그러나 데이의 계획에 동참하거나 묵인했던 지인들의 모습, 당시를 대표하던 박애주의자의 모순적인 행동, 철학자에 대한 맹신이 만든 기이한 관습은 자신의 욕구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그 결과인 책임 없는 행동이 타인을 해하는 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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