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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향해 소리치는 거장, 스탠리 큐브릭
[443호] 2018년 02월 13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스탠리 큐브릭은 20세기 최고의 영화감독이다. 그의 완벽주의적인 영화제작 방식은 특히 영화의 세트에서 잘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그의 영화를 미학적으로 탐구해보기보다는, 그가 영화로서 사회에 던지려고 했던 메시지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가 냈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할까? 그가 제작한 많은 영화 중 두 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시계태엽 오렌지>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1964년에 개봉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두 초국가적 영역으로만 나뉘는 국제정세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부상했으며, 소련은 자국의 경제적 곤란으로 Detente(갈등의 완화)를 대국 정책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여전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냉전과 관련하여 정치가들에게 상당히 강도 높은 냉소와 조소를 내비치는 영화다. 영화는 당시 정치적인 상황과 무척 연관되었지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미 공군의 잭 리퍼 장군이 미국의 입장과 관계없이 독단적으로 핵 폭격기를 출격시키며 시작된다. 영화는 정계와 군사의 핵심 인력이 전시 상황 회의를 하는 펜타곤과 핵 폭격기 회항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계속 소련으로 진격하는 한 미국의 핵 폭격기 안을 번갈아 비춘다.
  스탠리 큐브릭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통해 정계의 위선을 까발림과 동시에, 원자폭탄으로 문명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자부하는 과학계의 위선 또한 비판한다. 영화 전반을 휘감는 통렬한 정치 블랙코미디 외에도, 영화의 섹슈얼한 테마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잭 리퍼 장군은 매카시즘의 열렬한 추종자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이 수돗물에 붕소를 섞어 미국인의 ‘신성한 체액’(Precious Bodily Fluid)을 병들게 하고 있다 믿는다. 그의 부관이 언제부터 이를 믿게 됐는지 물어보자 그는 “During the physical act of love”라고 말한다. 장군은 덧붙여 극도의 피로감과 허무함이 밀려왔다고 했는데, 부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고 말한다.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발기부전으로 인한 성교의 실패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전시 상황 회의에서 휠체어에 앉은 과학 고문관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소련의 지구 멸망 장치나 핵전쟁 이후 인류 재건 정책 등, 과학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인물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회항하지 않은 한 폭격기로 소련의 지구 멸망 장치가 사람의 의지와는 관련 없이 가동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깊은 지하고를 만들어 남성과 여성의 비가 1:10로 유지하면, 수십 년 내로 인류가 재건될 것이라는 장광설을 늘어놓다가 휠체어에서 일어난다. 그가 일어난 순간, 미국의 선제 핵 공격으로 가동된 지구 멸망 장치에 의해 핵폭탄을 맞고 그를 비롯한 모두가 사망에 이른다. 남근을 세우려는 노장군과 과학을 완벽히 지배할 수 있다는 인간 모두, 휠체어에서 갑자기 일어난 앉은뱅이 얘기만큼 허무맹랑할 뿐이다.

시계태엽 오렌지
  <시계태엽 오렌지>는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주인공인 알렉스는 이유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천하의 악당이다. 그의 패거리는 작가인 알렉산더의 집에 찾아가 아무 이유 없이 그를 폭행하고 그의 아내를 눈앞에서 겁탈한다. 이것 때문에 알렉스는 14년형을 선고받고 구금된다. 감옥에서 그는 2주 만에 범죄자들을 교화시키는 프로그램인 루도비코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그는 의자에 묶여 여러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을 강제로 보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베토벤의 노래를 듣게 된다. 그는 이 프로그램 후에 강제로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사회에 나오게 된다.
  이 영화는 ‘당근과 채찍’으로 표상되는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스키너는 긍정적 강화와 부정적 강화를 통해 행동을 익히게 하는 조작적 조건화로 이상적인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루도비코 프로그램 후, 알렉스는 사회의 일반적인 구성원이 된다. 그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지, 그의 모든 행동의 기작은 기계적일 뿐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사람을 교화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맞는지, 그 결과인 개인의 교화가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선악의 구분이 얼마나 절대적인지에 대한 질문이 영화 속에서 어지럽게 던져진다.
  스탠리 큐브릭은 <시계태엽 오렌지> 속에서 교화되기 이전의 알렉스를 감각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악의 현신인 알렉스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다름아닌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다. 베토벤은 환희와 이상의 음악을 선보인다. 이러한 메시지를 던지는 음악들이 영화 내에서 알렉스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물음과도 맞닿아있다. 개인을 교화시키기 이전에, 교화의 목적인 선은 무엇일까? 영화 속 음향으로 표현되는 아이러니는 이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도 같다.
  영화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대한 비판을 넘어 한 층 더 사회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스탠리 큐브릭은 스스로 이 영화를 “행동주의와 조작적 조건화가 전체주의적 정부의 손에 들어가 시민들을 로봇 이하의 존재로 전락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라고 표현했다. 영화에서 이는 간접적으로 드러나는데, 루도비코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사람은 반체제 인사로 감옥에 들어갔다는 묘사가 있다. 여기에서도 스탠리 큐브릭의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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