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자성에 의존하는 MRXS의 한계로 인해 밝히지 못해왔던 양자역학적 자성 상태 … 들뜬 전자를 이용하는 RIXS 통해 극복해

  물리학과 한명준 교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 공동 연구팀이 새로운 양자역학적 자성 상태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0월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기존 측정 방법은 반강자성에 의존해
  양자역학에서는 보통 스핀 각운동량*과 궤도 각운동량**을 별개로 생각한다. 하지만 특수한 조건에선 두 각운동량을 하나의 양자 상태로 생각할 수 있다. 이때 두 물리량을 합한 값을 유효 각운동량(Jeff)이라 하고, 그 값으로는 1/2과 3/2이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중 Jeff = 1/2인 상태는 예상 물질의 반강자성을 이용한 MRXS(Magnetic Resonant X-ray Scattering)을 통해 그 존재를 검증했다. 하지만 Jeff = 3/2인 상태를 지닐 것으로 예상한 물질들은 반강자성을 띄지 않아 기존 방법을 통해 Jeff = 3/2인 상태의 존재 여부를 보일 수 없었다.

RIXS로 증명한 양자역학적 자성 상태

  이번 연구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 양자역학적 자성 상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RIXS(Resonant Inelastic X-ray Scattering)를 사용했다. RIXS를 사용하면 물질의 자성과 관계없이 전자의 구조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갈륨 화합물의 유효 각운동량에 관한 기존 연구를 통해 갈륨-탄탈륨-셀레늄화합물(GaTa4Se8)의 Jeff = 3/2 상태를 예측했고, 이번 연구에서는 이 분자를 대상으로 RIXS를 사용했다.

  표적물에 높은 에너지를 가진 광자를 쏘아 전자를 들뜨게 하면 전자가 바깥의 빈 전자 껍질에 들어간다. RIXS는 들뜬 전자를 대신해 그보다 낮은 에너지를 갖는 껍질의 전자가 바닥 상태로 떨어지며 나오는 광자의 회절 무늬를 관측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전자 구조로 인해 회절 무늬가 서로 간섭하게 되는데, 이 중 특정 전자들에 의해 상쇄 간섭이 일어나게 되면 회절 무늬에서 피크가 사라지는 구간이 나타난다. 이 구간을 분석하면 전자의 구조와 물질의 양자적 특성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Jeff = 3/2인 경우 RIXS를 통해 나올 결과를 이론적으로 계산해 추측하였다. 그 후,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하여 이론적인 계산과 실험결과를 비교함으로써 실험 물질의 Jeff = 3/2라는 것을 정성적으로 검증했다. 또한,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협력해 실험결과를 정량적으로 보충했다.

유효 각운동량 연구에 큰 의의 가져
  기존 연구들은 유효 각운동량이 원자 오비탈 차원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갈륨-탄탈륨-셀레늄화합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유효 각운동량의 존재를 원자뿐만 아니라 분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유효 각운동량의 존재를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증명했고, 이를 통해 다른 물질의 양자 상태나 자성을 확인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Jeff = 3/2가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는 의미가 크다.
논문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심재훈 박사는 “우리 연구실은 시뮬레이션을 주로 하는데, 실험을 다른 기관에 의뢰하기도 하고 모델 관점에서 실험결과를 예측해준 기관도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외의 많은 기관과 연계해 이루어졌고 그만큼 많은 분야와의 협업이 있었다”고 이번 연구의 가치를 말했다.

스핀 각운동량*
입자의 운동과 무관한 물질의 고유 각운동량. 광자의 스핀 각운동량은 항상 1이다.

궤도 각운동량**
입자의 운동에 따라 얻는 각운동량. 고전적인 각운동량을 양자화하여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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