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발달과 강한 북풍으로 인해 수일 만에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기상현상이다. 평균적으로 동아시아에는 한 달에 약 두 번의 한파가 발생하며, 이는 겨울철의 일반적인 자연현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겨울,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한파로 몸살을 겪고 있다. 기록적인 한파에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춥겠다’라는 말이 사실이 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는 영하 30도까지 온도가 떨어지고 폭설이 쏟아지는 등 한파로 인한 손해가 막심하다. 그렇다면 한파의 발생원인은 무엇이고, 이번 겨울 한파가 극심해진 이유에 대해 다뤄보자.

한파 원인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발달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한파는 크게 웨이브 트레인(Wave-train)에 의해 발생하는 한파와 블로킹(Blocking)에 의해 발생하는 한파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12월 초, 중반과, 올해 1월 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한파는 블로킹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1월 중순 무렵 발생한 한파는 웨이브 트레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두 종류의 한파 모두 시베리아 고기압의 발달로 인해 강한 북풍이 불어와 기온 변화를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웨이브 트레인은 북대서양에서 시작되며 블로킹은 북태평양에서 시작되는 등 차이점이 여럿 존재한다.

웨이브 트레인은 대류권 상층에 고기압과 저기압이 서로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며, 웨이브 트레인에 의한 한파는 유럽에서 오는 웨이브 트레인이 시베리아 지역의 찬 공기와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대기 불안정이 웨이브 트레인의 형태로 성장하면, 이 웨이브 트레인이 남동쪽으로 움직이며 동아시아 동쪽 해안의 대류권에 깊은 기압골*을 형성한다. 이는 대기 하층에 북서풍을 유도하게 되고 북서풍에 의한 한랭 아노말리**(Anomaly)는 지면의 기압을 상승시킴으로써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화한다. 강화된 시베리아 고기압은 또다시 대기 상층의 기압골과 기압능*을 발달시켜 웨이브 트레인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웨이브 트레인과 시베리아 고기압 간의 상호작용으로 시베리아 고기압이 점차 강화돼, 고위도의 차가운 공기가 저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웨이브 트레인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가면 고기압과 저기압이 번갈아 나타나기 때문에, 추운 날과 따뜻한 날이 번갈아 나타나게 되며 이는 겨울철 삼한사온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블로킹은 저지고기압(blocking high)을 일컫는 말로, 공기의 흐름을 막는 정체성 고기압을 의미한다. 블로킹에 의한 한파는 북서태평양의 북극해 근처 고위도 지역에서 시작된 저지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점차 서쪽으로 나아가며 시베리아 고기압을 발달시킴에 따라 나타난다. 블로킹에 의해서 편서풍과 같은 동서 방향의 대기 순환이 약해지고, 남북 방향의 바람은 더욱 발달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장시간 유지되며 약 열흘에서 한 달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북풍이 나타나게 한다. 블로킹은 웨이브 트레인과는 독립적으로 한파를 발생시키며, 웨이브 트레인에 의한 한파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강한 강도로 지속된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이면 추위 강해져
한파는 북극에 위치한 찬 공기의 극소용돌이의 세기가 변화하는 현상인 북극진동과도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경계를 따라서 편서풍 제트기류***가 발달한다. 이 제트기류는 북극의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지만, 북극과 중위도의 기압 변화에 따라 위치가 변화하게 된다. 이렇게 기류의 위치가 변화하는 현상을 북극진동이라 부른다. 북극진동지수는 이러한 북극진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 제트기류가 북극에 가깝게 형성되어 강해지면 양의 값, 제트기류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가 약해지면 음의 값으로 나타낸다. 북극의 기온이 낮아진다면 북극의 기압 또한 낮아지며, 이로 인해 중위도 대류권 상공의 바람이 강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북극진동지수는 양의 값을 가지며, 한파와 같은 현상이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북극의 기온이 높아지면 기압이 높아져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극소용돌이가 약해지게 되며, 중위도 대류권 상공의 바람이 약해진다. 이때 북극진동지수는 음의 값을 가지며,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와 한파가 발생한다. 앞서 설명한 두 종류의 한파 중 웨이브 트레인은 북극진동지수와 거의 관계가 없지만, 블로킹에 의한 한파는 북극진동지수가 강한 음의 값을 가질수록 자주 발생하고 강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한층 추워진 이번 겨울
한파는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이번 겨울 불어온 한파는 유독 거세며, 저위도 지역인 대만에도 저온경보가 발령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이상 한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상 한파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지구의 온도 상승이 한파와는 반대되는 현상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가 한파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표면에 있는 얼음의 면적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는 반면, 바닷물은 햇빛을 흡수한다. 이로 인해 북극 표면의 얼음이 줄어듦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고, 상승한 기온에 의해 바다 위의 얼음이 또다시 줄어드는 등 기온 상승이 가속된다. 따라서 해빙이 줄어들면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상층 고기압이 형성되고,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을 가져 한파가 강화된다. 올해는 평년보다 러시아 북서쪽에 위치한 바렌츠-카라 해의 해빙이 줄어들어, 이 인근에 상층 고기압이 자주 형성되고 있다.

둘째,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며 수증기의 양이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시베리아 부근에 강설량이 증가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대륙고기압의 발달로 인해 시베리아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대륙을 통과하며 냉기가 줄어들지만, 바람의 이동 경로가 눈에 덮임에 따라 냉기가 지면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전달되었다. 눈이 빛을 반사함에 따라 낮아진 기온도 찬 바람에 영향을 끼쳤다. 시베리아에 내린 눈으로 인하여 온도가 낮아지면 수직 파동이 활발해져 북극의 대기 상층은 따뜻해지고, 음의 북극진동이 강화되어 제트기류가 남하해 한파가 내려오게 된다.

한파 강할수록 미세먼지 줄어들어
한파는 매서운 추위를 가져오지만 우리에게 나쁜 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한파는 우리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또 다른 기상 현상인 미세먼지와도 관계가 있다. 추위가 강한 날은 미세먼지가 적은 이유에 어느 정도 한파에 의한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불어온 것으로,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건너오게 된다. 이때, 우리나라에 이동성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면 고기압의 하강기류에 의해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전달되고,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한파가 발생할 때의 시베리아 고기압은 미세먼지를 밀어내는 역할을 하며, 한파가 강한 시기에는 미세먼지를 전달하는 서풍보다 북풍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추운 날에는 비교적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한파는 겨울철 기상현상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이번 겨울은 지난해 11월부터 덮쳐온 이른 추위에 한파가 여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다. 번갈아 가며 찾아오는 한파와 미세먼지, 그리고 폭설에 의한 피해도 컸다. 다음 겨울에 찾아올 추위를 미리 대비한다면, 좀 더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기압골과 기압능*
각각 같은 고도면의 주위 대기보다 기압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과 높은 영역.

아노말리**
장기간의 평균값(기후값 또는 평년값)으로부터 기온, 강수량 등의 기상요소가 변화한 차이값.

제트기류***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 하부에 부는 좁고 빠른 공기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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