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노화 관련 기사는 오랜만에 직접 쓴 기사이다. 글쓰는 감을 잊은 듯해 예전에 썼던 기사를 뒤적였다. 아, 내가 기사를 이렇게 못 썼나. 학술부 정기자가 되면서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쓰자고 다짐했는데, 그 목표를 제대로 이룬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속이 쓰리다. 나이가 들면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는데, 기자로 다섯 학기째가 되니 써 온 기사에 대한 반성이 남는 듯하다. 옛 글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잘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항상 평가는 독자의 몫이니까. 

 또, 이번 신문부터 새 수습기자들과 같이 신문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신문사에 들어온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다. 내가 신문사 최고 학번이 되어 있다니. 게다가 이제 내 신문사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니. 2년 동안 꿈을 꾸다 방금 깨어난 듯 얼떨떨하기만 하다.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일인들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신문사 일이라는 것이 사람의 일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입사해서 나이를 먹어 가고, 그에 따라 정기자나 부장 같은 지위를 얻고, 어느새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연차가 쌓일수록 시간도 빨리 간다는 것도 인생과 똑같다. 겨우 스물한 살 먹은 애송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세월 참 빠르다.

내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중에 ‘마감이 있는 인생은 빨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신문 몇 호를 내고 나면 순식간에 한 학기가 끝난다. 결혼도 안 해본 몸이지만 09학번들이 학술부 정기자가 되었을 때는 꼭 자식이 생긴 것 같았는데, 수습기자가 또 들어오니 마치 손자 있는 할아버지가 된 느낌이다. 정기자와 수습기자를 잘 챙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신문사는 내 집 같은 곳이고 신문사 사람들은 가족이니까.

정기자보다 부장이 힘들다는 취재부장을 맡아 수고하는 승규, 기획부장이 된 첫 학기라 다른 사람보다 더 힘이 들 선명이, 문화부장으로 항상 탄성이 나오는 신문 디자인을 보여주는 효나 누나, 학술부 동기였던 성윤이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함께 신문사를 떠날 것이다. 정말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일부를 만들어 준 모두에게 감사한다. 편집장을 맡아 다음 학기에도 열심히 일할 성실한 대장 근정이, 능력 없는 부장을 만나 항상 고생하는, 너무 미안한 두 학술부 정기자 진현이와 수정이,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고 돌아다니느라 고생하는 취재부 석영이와 민우, 항상 많은 기사 쓰느라 힘들어하는 기획부 영준이와 호진이, 이제 갓 정기자가 된 민지, 그리고 새로운 수습기자들. 신문을 만들다 보면 힘들고 지루한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마감이 있는 인생은 빨리 간다’는 말을 생각하며, 곧 지나가리라고 여기며 이겨내기를.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 강재승 기자

○…이번 신문에는 화제집중 면이 없다. 정확하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화제집중 면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발행되는 신문에 면을 낼 수 없게 되었다. 어찌 보면 나는 지금 ‘기자의 변’ 따위를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화제집중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기획이었다. 서남표 총장 부임 이래 3년간 그 합리성에 대해 학우를 설득시키지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학우들이 반대한다고 바뀌지도 않았던 등록금 문제였다. 학교와 학우 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되면서도 지지부진하게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왜 이 제도가 이렇게 받아들여지지도, 그렇다고 해결되지도 않는지를 좀 더 근본적으로 알고 싶었다. 총학의 등록금 운동이 본격화된 이때 시의 적절한 좋은 소재라는 것도 사실이다. 학우 중 하나로서 궁금했던 것도 이 기사를 언젠가 한 번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취재는 쉽지 않았다. 취재원인 학교 내 담당 부처를 찾는 과정에서조차 난항을 겪었으며, 같은 부서원 모두가 이 소재에만 매달렸음에도 결국 핵심 부처의 담당자와는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는 총학과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했으나 반대쪽 축을 잡아 줄 학교 측 입장이 빠진 기사를 낼 수는 없었다. 더욱이 한쪽의 입장만을 서술하고 있는 그 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결국, 이번 신문의 화제집중 면은 포기하게 되었다.

취재가 아무리 어려워도 면만 잘 만들어져 나온다면 그 수고로움은 뿌듯함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다음에 추가 취재해서 기사 쓰면 되지"라고 자기 위안을 해봐도 허무함은 감출 수 없다. 카이스트신문사 기자로 일한 지 딱 1년, 그 기념으로 연차를 냈다고 생각해야 하나.               / 송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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