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최근에, 술자리에서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술자리라는 한 단어로 요약되기는 하지만, 돌아다닌 곳이 하도 많아 그 곳들을 모두 돌아다녔어야만 했다. 1차로 에일을 마신 맥주집, 2차로 참이슬을 마신 곱창집, 무얼 불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노래방을 되짚었지만, 이어폰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여분도 없는 마당에, 이어폰을 잃어버리고 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주 짧은 거리를 나설 때에도, 늘 이어폰을 챙겼었다. 음악은 나라에서 허용해 준 유일한 마약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현학적으로 말하자면, 음악은 일순간에 무채색의 퍽퍽한 현실을 환상적인 색으로 다시 덧칠해준다. 요컨대 이런 식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자신에게 찌질한 구애인 타이틀이 달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당신은 최신 외국힙합의 트랩곡을 들으며 세상에서 제일 멋진 힙스터의 삶을 잠시나마 살 수도 있고,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들으며 나름 아름다운 이별이었노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줄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사실관계와는 큰 차이가 있을지라도 상관없다. 어쨌든 당신의 기분이 나아진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음악을 통 못 들으니, 지금까지 쭉 재미없어왔던 삶이 객관적으로 느껴진다. 원래 이렇게 하루가 재미없었나 새삼 느끼고 보니 전-이어폰에 대한 애수가 짙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어폰 추천을 받고자 한다. 기자 이름 밑에 이메일 주소가 있으니, 여기로 추천하는 이어폰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가격은 10만원 아래였으면 한다. 그리고 커널형 이어폰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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