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내 나름대로 정신 없이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과 오후에는 강의 또는 과제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가진 두 취미 생활, 드럼과 게임을 하는 데 사용한다. 동아리에서 선배들과 동기들을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주변 사람들이나 학교 일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 자신의 개발이나 행복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나마 페이스북으로 몇몇 소식들을 볼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몇 달 전부터 안 하게 되어 외부와의 접선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한번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얼마 안 됐을 때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한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그 친구와 오랜만에 한 대화였고 서로 시험도 막 끝났었기에 대화가 쉴 틈 없이 오가는 와중에 그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친구는 많이 사귀었어?’라고.
나는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의 내 삶은 위에서 말했듯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거의 없어 사람들을 사귀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기껏 해봐야 실험 수업 때 동료들과 실험에 대해 대화하거나 몇몇 고등학교 친구들과 때때로 밥을 먹거나 노는 정도가 다였다. 동아리에서도 선배들과 같이 놀 생각은 거의 안 했고 동기들 한두 명과도 자주 만나지 않아 새로 사귄 친구들이라 하기 애매했다.
그 순간, 대학에 막 들어왔을 때의 내 다짐 두 가지가 팍 생각이 났다. 나이 구분 없이 많은 친구와 선배를 사귀는 것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파악하고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배워나가자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 들어오고 나선 공부와 몇 가지 취미 생활, 아니, 사실은 아무 생각 없이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태반이었다. 친구와의 대화 이후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갑자기 자괴감이 느껴졌다. 그 동안 이렇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할 필요 없었기에 편했다고 생각했지만, 더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외로움을 타며 많은 쓸쓸함을 느꼈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고등학교 때 나름대로 약속 또한 묻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많이 우울해졌다.
‘이미 이 학교에서 새로운 대인관계를 만들기엔 너무 늦은 걸까’라는,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별생각 없이 페이스북을 둘러보면서 KAIST 학부 총학생회 <품>이 올린 총장님에 관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톡방에 학과 설명회에 대한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학과를 결정하고 나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귈 기회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동아리에서도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고 선배가 제안했던 집행부에 들어갈 수 있는 등 내 주변에는 생각보다 기회가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고등학생 때 대학에 막 들어왔을 때의 적극적인 마음을 담아,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KAIST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